팬데믹에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려…벤츠·BMW·아우디는 불참
신생 전기차 업체 대거 참가해 치열한 경쟁 예고…"어느 때보다 시장 역동적"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주요 모터쇼의 하나인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가 19∼28일 캘리포니아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한 해 건너뛴 뒤 2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복귀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모습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3사와 볼보, 캐딜락 등은 올해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의 슈퍼카 브랜드도 이미 수년 전부터 LA 오토쇼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모터쇼의 꽃'으로 평가되는 전 세계 최초 공개(월드 프리미어) 모델이 예년과 견줘 크게 줄어든 점도 자동차 팬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그런데도 올해 LA 오토쇼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도요타, 포르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30여 개 완성차·전기차 업체가 참여해 9만2천㎡의 실내외 전시장에서 신차와 연식 변경 모델 등을 전시하고 다양한 드라이브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특히 일부 전통 완성차 업체가 빠진 자리를 생소한 이름의 신생 전기차 회사들이 메우면서 행사에선 전기차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추세가 도드라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이런 흐름에 뒤처질세라 이날 나란히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콘셉트카를 공개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현대차는 17일 본 행사 개막전 개최한 프레스 행사에서 대형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을, 기아는 '더 기아 콘셉트 EV9'을 각각 처음 공개했다.
수요가 큰 대형 전기 SUV 시장을 겨냥한 양산 제품을 내놓기 전 프로토타입(원형)을 통해 앞으로 나올 차량의 개발 방향을 예고한 것이다.
이들 콘셉트카는 모두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을 전제로 내부를 거실 또는 라운지처럼 꾸민 신개념의 실내 디자인을 선보였다.
또 LA에 본사가 있는 전기차 업체 피스커는 전기 SUV '오션'의 양산형 모델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에 도전장을 던졌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의 프리미엄 전기차로 소비자를 붙잡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콘셉트카로 공개된 이 차는 내년 11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헨리크 피스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프레스 행사에 나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헌신'을 약속했다.
그는 오션이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만든 럭셔리 차량"이라며 "팬데믹을 통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는 걸 확인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자사 차량이 이산화탄소 배출 중립 공장에서 수력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이용해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오션은 스포트(3만7천400달러), 울트라(4만9천999달러), 익스트림(6만8천999달러) 등 3가지 트림(등급)으로 출시되는데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각각 402㎞, 547㎞, 563㎞ 이상이다.
피스커 CEO는 "이 가격대 전기차로는 지구상에서 최대의 주행 거리"라고 자랑했다. 차량 전면 중앙의 대형 스크린은 스마트폰처럼 가로, 세로로 방향을 바꿔 시청할 수 있는 '로테이팅 스크린'으로 만들어진다.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포르셰는 별도의 독립 전시관을 마련하고 월드 프리미어 차량을 3대나 선보였다.
4도어 세단인 파나메라 4E-하이브리드 프리미엄 에디션, 전기 스포츠 세단 타이칸 GTS 스포트 투리스모, 718 카이맨 GT4 RS가 처음 공개됐고, 지난 9월 독일 국제모터쇼(IAA 모빌리티·옛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돼 자동차 마니아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륜구동 전기차 '미션 R' 콘셉트카도 전시됐다.
영국 프리미엄 SUV 브랜드 랜드로버도 레인지로버의 연식 변경 모델을 공개했고, 쉐보레는 지난달 언론에 공개했던 2022년형 실버라도 ZR2와 2023년형 코벳 Z06을 전시했다.
스바루는 도요타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 '솔테라'를 공개했다. 이 차는 이미 도쿄에서 공개된 바 있다.
마즈다는 신형 크로스오버 'CX-50'을 선보였다. 마즈다는 이 차를 시작으로 모두 5대의 신형 SUV를 출시할 계획이다.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는 배기량 3천444㏄의 대형 SUV 'LX 600'와 'F 스포트', 신형 콤팩트유틸리티차 'NX'를 무대에 올렸다.
신생 업체도 대거 참가했다.
베트남의 신흥 전기차 업체 빈패스트는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LA 오토쇼를 선택하고 프레스 행사를 열어 전 세계적 '스마트 전기차 혁명'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소비자가 지능적이면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모빌리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 LA 오토쇼 참가를 계기로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인 빈패스트는 이번에 전기 SUV인 'VF e35'와 'VF e36'을 전시했다.
중국의 에디슨퓨처는 전기 밴(승합차) 'EF1-V'와 전기 트럭 'EF1-T'를 공개했고, 미국의 빌리티 일렉트릭은 3륜 소형차 'GMW 태스크먼'을 출품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임페리얼도 SUV에서부터 픽업트럭, 소형 1인승 차량, 오토바이에 이르는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이며 내년 하반기 미국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헝가리의 신생 전기차 회사 코베라는 차체 전체를 고가의 고강도·경량 소재인 탄소섬유로 제작한 'C300'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탄소섬유로 만들어 무게를 불과 40㎏으로 줄인 차체를 쓴 이 차의 총 중량은 700㎏에 그친다.
피스커 CEO는 전통적으로 수십 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모터쇼 참가 업체로 신생 전기차 업체가 대거 참여한 점을 이번 LA 오토쇼의 특징으로 지적하면서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HS 마킷의 애널리스트 스테퍼니 브린리는 블룸버그 통신에 "모터쇼는 이제 새 차를 소개하는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고객과 상호교류 측면에서 모터쇼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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