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미·UAE와 협정 체결…기후위기 대응 국가 간 공조 본보기로 주목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문제 등을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에너지부는 성명을 통해 다음 주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등과 에너지 및 물 교환을 위한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정의 핵심은 요르단에서 생산한 친환경 전기와 이스라엘이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한 용수를 맞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요르단은 UAE의 기술로 광활한 사막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 이스라엘도 요르단에 용수 공급을 늘리기 위해 탈염 시설을 증설한다.
이스라엘은 친환경 전기를 공급받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기후변화로 심각한 물 부족에 직면한 요르단은 더 많은 용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음 주 두바이에서 열릴 협정식에는 카린 엘하라르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과 모하메드 알나자르 요르단 수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UAE 기후변화 특사와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도 참석할 예정이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통해 탄소 배출량 저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한층 깊어진 가운데,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협력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간 공조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1994년 평화협약을 체결했지만, 역사적으로 안보와 외교 등 분야에서 서로에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왔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요르단에 속해있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이후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요르단 왕세자 일행의 알아크사 사원 방문 과정에서 의전 문제로 양측이 갈등했고, 이후 요르단은 베냐민 네타냐후 당시 이스라엘 총리가 탄 비행기의 영공진입을 막아 이스라엘 총리의 역사적인 첫 UAE 방문을 무산시켰다.
다만, UAE의 제안과 미국의 중재로 시작된 양측의 협상 와중에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비밀리에 접촉하고, 이스라엘이 요르단에 용수 수출을 2배로 늘리는 등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해왔다.
타마르 잔베르그 이스라엘 환경보호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양국의 이번 협정체결이 재생에너지로 전환,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 역내 국가 간 협력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환경단체인 '에코피스 미들이스트'는 2차 세계대전후 유럽에서 구성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현재 유럽연합(EU)의 근간이 됐다고 언급하면서, "수자원과 전기가 연계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협력이 레반트(지중해 동부 연안)의 평화와 지속가능성 증진의 뼈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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