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어 미국 방문…"100년 넘은 ILO, 비유럽·여성 사무총장 나올 때 됐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세계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강경화 전 외교장관은 17일(현지시간) 당선되면 산업구조의 대변화 시기에 인간 중심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강 전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투표권을 가진 전 세계 56명을 대면이든, 화상이든 모두 만나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강 전 장관은 지난달 1일 한국인 중 처음으로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ILO 사무총장 도전장을 냈다. 다른 나라에선 남아프리카공화국, 토고, 프랑스, 호주 등 4개국에서 1명씩 입후보했다.
당선될 경우 첫 아시아 출신은 물론 첫 여성 ILO 사무총장이 된다.
강 전 장관은 ILO가 2019년 설립 100년을 맞았지만 남성과 유럽 중심의 사무총장이 계속 배출됐다며 "이제는 비유럽, 여성 사무총장이 배출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는 존재론적 고민이 있다"며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탄소중립, 재생에너지가 강조되면서 산업구조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 고용시장이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는 ILO가 지난 6월 총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부터의 인간중심적 회복을 위한 정책적 지침' 결의안을 채택한 사실을 상기하고 "변화의 시기에 처한 이들을 돌보기 위해 인간중심 회복에 역점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또 자신이 유엔 근무 시절은 물론 외교장관 때도 양성평등을 정책과 관리의 중요한 가치로 뒀다고 한 뒤 사무총장에 당선되면 이 부분에도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문제를 직접 다뤄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유엔 근무 시절 인권 문제를 많이 다뤘다면서 "인권과 노동은 기본 소양이 같다"고 한 뒤 유엔과 외교장관의 풍부한 경험이 오히려 강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뒤 이번에 미국을 찾았다.
미국에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노동자 등 당국자는 물론 노동계 지도부와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무부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태 차관보가 강 전 장관과 면담한 사진과 함께 "강 전 장관의 한미동맹에 대한 오랜 헌신에 감사하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노사정 3자 기구인 ILO는 내년 3월 28개국 정부 대표와 노동자, 사용자 대표 각각 14명 등 56명이 참여하는 이사회 투표에서 사무총장을 뽑는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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