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과로·과식·과음 피해야"
"부정맥 중 하나 심방세동, 뇌졸중 주요 원인…반드시 치료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부정맥(不整脈)은 말 그대로 가지런하지 않은 맥, 즉 비정상적인 심장 리듬 때문에 맥박 혹은 박동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상태를 가리킨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경험을 하겠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잦아지거나 이러한 증상이 일상생활을 위협하기 시작한다면 부정맥을 의심하고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 원인 없이 심장 불규칙하게 뛴다면 의심
부정맥은 일상생활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자연스레 해소되는 가벼운 경우부터 1분만 지속해도 사망하거나 심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치명적인 경우까지 범위가 매우 넓고 원인도 다양하다.
심장 내부의 심방이나 심실이 엇박자로 뛰는 조기 수축은 경미한 부정맥 중 하나다. 이런 증상은 술을 줄이고 불면을 해소하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최의근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20일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당연하지만, 안정적인 상태에서 느닷없이 심장이 뛰다가 사라지는 증상이 잦아지면 부정맥을 의심해야 한다"며 "특히 빈맥(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 상태에서 식은땀이 나고 혈압이 떨어진다면 신속하게 응급실에 방문해 부정맥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심장 박동수의 정상 범위는 분당 60회에서 100회까지다. 부정맥으로 인해 심장 박동수가 분당 100회 이상인 경우는 빈맥, 분당 60회 이하인 경우는 서맥이다.
치명적인 부정맥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심장 내부 심방의 여기저기에서 매우 빠르고 불규칙한 잔떨림이 발생하는 증상으로, 뇌졸중과 심부전의 원인이 된다.
심실세동은 부정맥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이 떨리기만 할 뿐 제대로 수축하지 못해 혈액을 전신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상태로, 전조증상 없이 돌연사하거나 허혈성 뇌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 공황장애 오인 많아 심전도 검사 필수…'3과' 피해야 좋아져
부정맥은 심전도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단 병원에 방문했을 때 이미 증상이 사라졌다면 심전도 검사에서도 찾아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부정맥이 의심된다면 일상생활에서 심장이 두근거렸을 때를 놓치지 않고 병원에 가야 한다. 적시에 방문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소형 기기를 착용해 일상생활을 하면서 24∼48시간 동안 심전도 검사를 하는 '홀터 모니터 검사'(Holter monitoring)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 등에서 심전도를 확인했다가 부정맥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아졌다.
부정맥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주된 증상인데다 이마저도 사라지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다 보니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과 혼동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보고된다.
최 교수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뇌전증(간질) 등으로 오랫동안 잘못 알고 있다가 뒤늦게 부정맥으로 진단되는 환자들이 꽤 있다"며 "한 환자는 심각한 서맥으로 몇 차례 실신했는데, 주위로부터 뇌전증으로 오인당하고 본인도 괴로워하다가 뒤늦게 심장박동기 이식술을 받고서야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부정맥을 진단을 받았다면 우선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흡연과 음주, 카페인 섭취, 불규칙한 수면 습관, 극심한 스트레스 등은 부정맥을 악화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과로, 과식, 과음 등 '3과'를 피해야 한다"며 "심방세동은 과음한 다음 날 많이 생기고,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는 불면으로 이어져 부정맥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절한 운동, 충분한 휴식, 건강한 식습관은 부정맥 환자들에게 치료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약물 치료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집안에 심방세동 등을 진단받은 가족이 있거나,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시행해 부정맥을 조기에 진단하는 노력을 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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