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송금 금지·정부 해외자산 동결로 공무원 월급 못줘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복지를 위한 '현금'이라고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가 밝혔다.
2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피터 마우어 국제적십자위원회 총재는 전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방문 중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가장 큰 문제는 굶주림이 아니라 사회 복지를 위해 지급할 현금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가 의료인과 교사 등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고, 수도와 전기 등 사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자금 부족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마우어 총재는 아프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월급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ICRC는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경제 위기가 발생하자 현지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달러를 가방에 담아서 아프간에 가져와 현지 통화로 바꾸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그간 아프간 내에서는 인접국인 파키스탄의 화폐인 루피와 미국 달러가 널리 통용됐다.
하지만, 탈레반 지도부는 이달 2일 자국 내 외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모든 아프간인은 국내 거래 때 아프간 통화를 사용하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탈레반은 미국이 동결한 아프간 정부 자산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탈레반 재집권 직후 아프간으로의 달러화 송금을 중단하는 긴급 결정을 내렸다.
또 아프간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 예치한 자산도 동결했다.
아프간 정부의 해외 자산은 90억 달러(약 10조6천억원) 이상으로 이 중 70억 달러(약 8조3천억원)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은행(WB)의 대출과 국제 사회의 원조도 끊겼다.
와중에 극심한 가뭄, 물가 폭등, 실업자 폭증까지 겹치면서 아프간은 최악의 경제난으로 '인도주의적 재앙'에 맞닥뜨린 상태다.
마우어 총재는 "식량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아프간인들은 병에 걸릴 것이고, 아프간의 현재 보건 체계는 환자들을 감당할 수 없다"며 "그래서 나는 식량과 보건, 수도, 전기, 교육까지 사회시스템 전체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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