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메타버스 콘텐츠에 관심…사업 방향성 고민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최근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도 메타버스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에 가상 매장을 내는 수준부터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해 이커머스와 연계하는 방안까지 다양하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유통 사업부문(BU)은 신성장 동력으로 메타버스를 제시하고 회사별로 구체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유통 BU는 하반기 신동빈 그룹 회장 주재로 열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오프라인, 온라인에 이어 메타버스가 미래의 강력한 고객 채널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온·오프라인 유통 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해 메타버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롯데 유통 계열사 중 메타버스 사업에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롯데홈쇼핑이다.
롯데홈쇼핑은 이미 가상모델 '루시'를 자체 개발해 마케팅 등에 활용하고 있다.
또 9월에는 가상 체험 서비스에 적용되는 콘텐츠 품질을 현실 세계와 동일한 느낌을 주는 실감형 콘텐츠로 높이기 위해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3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롯데홈쇼핑은 고객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쇼호스트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과 가상현실(VR) 장비를 통해 집에서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가상 스토어' 출시도 준비 중이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가상세계에 현실과 동일한 환경을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기업인 바이브컴퍼니[301300]와 제휴하고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상반기 중 일종의 시범 모델을 내놓고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에 전시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메타버스에서 구매할 수 있는 메타버스 커머스 플랫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롯데 외에도 유통업계에서는 메타버스 콘텐츠 구축에 관심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069960]이 10월부터 판교점의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을 통해 가상 전시 체험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모카가든'을 운영 중이다.
이곳은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있는 문화예술공간인 '모카가든'에 전시된 작품을 그대로 3차원 가상공간으로 옮겨 볼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콘텐츠 도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편의점 업계에서는 CU가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에 가상 매장을 연달아 내고 있다.
CU는 지난 8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실제 매장의 상품과 서비스, 인테리어 등을 구현한 한강점을 낸 이후 지금까지 가상 점포 3곳을 냈다. 이달 초 개장한 매장은 무인편의점 콘셉트다.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 홈쇼핑 GS샵을 운영하는 GS리테일[007070]은 싸이월드 내에 쇼핑채널을 열고 이곳에서 물건을 사고 즉시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싸이월드 내에서 라이브 커머스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아직 상당수 업체는 메타버스가 초기 단계인 만큼 방향성을 고민하고 검토하는 모습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아직 메타버스가 완전한 업계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은 아니라 방향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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