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중국, 미국 제재 속 컴퓨터 기술 발전에 대해 침묵"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엑사급(exascale) 슈퍼컴퓨터의 인공지능(AI) 성능이 88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칭화대 연구진은 지난 17일 '칭화대 저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중국 국가병렬컴퓨터엔지니어링기술연구센터가 개발한 엑사급 슈퍼컴퓨터 '신세대 선웨이(神威)'의 머신러닝(기계학습)용 데이터 처리 성능이 7만5천839배 향상됐으며, 가장 까다로운 AI 관련 업무의 처리에서는 전반적인 성능이 88배 신장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메모리 관리에서 돌파구를 찾으면서 이같은 성과를 냈다면서 "컴퓨터 성능 향상에 대한 수요가 최근 몇년간 슈퍼컴퓨터의 급속한 발전을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을 통해 신세대 선웨이가 "대규모 머신러닝과 분자역학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많은 AI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엑사급 컴퓨터는 1초에 100경 번 연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다. 기존 주류 슈퍼컴퓨터보다 1천배 성능이 뛰어나다.
엑사급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단순히 연산속도에 국한되지 않으며, AI 알고리즘 실행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칭화대 연구진은 그러나 선웨이에 위성사진 속 목표물을 식별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의 AI 기능을 실행했더니 낮은 효율성을 보였으며, 이는 메모리 관리 과정에서 벌어지는 병목현상 탓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선웨이가 핵폭발 모델링 같은 전통적인 연산작업 처리를 위해 개발됐으며, AI 알고리즘은 훨씬 더 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가동된다고 설명했다. 매우 다양한 크기의 새로운 데이터가 끊임없이 주입되면서 슈퍼컴퓨터의 메모리 기능을 쉽게 교란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새로운 메모리 할당장치 '스웰록'이 선웨이에 마치 연금술사의 냄비처럼 기능했다고 밝혔다. AI 알고리즘이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데이터들을 동일한 포맷으로 변형해 메모리 장치에 효과적으로 할당해 놓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이 개발한 또다른 엑사급 슈퍼컴퓨터 '톈허(天河)3'는 지난 7월 AI 응용프로그램으로 'SSSP 그래프500'과 '빅데이터 그린 그래프500'에서 모두 수상했다고 SCMP는 전했다.
슈퍼컴퓨터는 핵탄두, 극초음속 무기, 대규모 인프라, 생명과학의 급속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보다도 2배 많다.
그러나 과학자들에 따르면 중국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해외 파운드리에서 제조된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슈퍼컴퓨터 프로그램을 제재대상에 올렸다. 이에 따라 중국에 슈퍼컴퓨터용 반도체를 제공하는 공장들은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슈퍼컴퓨터 관련 성취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고성능 컴퓨터 관련 웹사이트 '넥스트 플랫폼'에 따르면 신세대 선웨이와 톈허3는 지난 3월 초당 100경 번의 연산을 수행하며 세계 최초 엑사급 슈퍼컴퓨터가 됐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런 결과를 '톱500 슈퍼컴' 순위를 발표하는 국제슈퍼컴퓨터학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SCMP는 "중국이 자국의 성취에 대해 침묵하기로 한 결정은 미국의 제재 여파에 대한 추측을 해외에서 낳고 있다"고 전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