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판빙빙·펑솨이…'중국서는 찍히면 누구라도 사라진다'

입력 2021-11-21 17:34  

마윈·판빙빙·펑솨이…'중국서는 찍히면 누구라도 사라진다'
연락두절·실종설 이후 공개석상 재등장 패턴 반복…감옥행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마윈(馬雲)·판빙빙(范氷氷)·자오웨이(趙薇)·펑솨이(彭帥)….
이들의 공통점은 중국 최고 스타이자 유명인이면서 동시에 당국에 찍혀 실종설에 휩싸였거나 그런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36)의 실종설을 계기로 중국 유명인들의 실종사례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펑솨이는 지난 2일 밤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장가오리(75·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가 2018년 은퇴한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을 포함해 위력에 의해 오랜 기간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해당 글은 20여분만에 사라졌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두 사람과 관련된 글이 검색되지 않았다.
이후 그의 행방은 묘연했고, 세계 테니스계는 물론이고 미국 백악관까지 그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그러자 펑솨이가 21일 오전 베이징의 유소년 테니스 대회 결승전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펑솨이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중국 최고위직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엄청난 폭로를 한 지 19일만이다.
중국 관영매체 편집인은 펑솨이가 찍힌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펑솨이의 '미투'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 편집인은 펑솨이의 실종설이 확산하자 전날에는 "지난 며칠간 펑솨이는 집에서 자유롭게 지냈으며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아 했다"는 트윗을 날렸다. 그러나 그의 미투 폭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그에 앞서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공개석상에서 당국의 정책을 비판한 뒤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전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해오던 그가 하루아침에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추면서 실종설을 넘어 사망설까지 제기됐다.
마윈은 그로부터 석 달 후에야 화상연설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고, 다시 그로부터 넉 달 후에야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를 방문한 모습이 포착됐다.
그사이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그룹에 대해 전방위 압력을 가했다.
이후 지난 9월부터 마윈이 농업시설을 시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간간이 나오더니 지난달 말에는 그가 홍콩을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 현지 농업시설을 시찰하는 모습이 번듯한 사진과 함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실렸다.
SCMP는 알리바바가 소유하고 있다.
SCMP의 해당 보도를 통해 마윈의 출국금지설 의혹이 불식된 동시에 그가 이제는 중국 당국이 강조하는 농업 분야에 매진하고 있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마윈이 해외로 떠난 것은 '설화'(舌禍) 사태 이후 1년만이다.



인기 배우 판빙빙은 2018년 이중계약에 의한 탈세 파문 이후 사라졌었다. 심지어 그의 탈세를 폭로한 추이융위안(崔永元) 전 중국중앙(CC)TV 토크쇼 사회자도 실종설에 휘말렸다.
판빙빙은 탈세 폭로 후 중국 세무당국의 비공개 조사를 받았고, 8억8천만위안(약 1천500억원)에 달하는 세금과 벌금이 부과됐다.
탈세 파문 3개월 뒤 판빙빙의 반성문이 공개되긴 했지만, 그가 다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파문 8개월 후였다.



지난 8월 말 중국의 여러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갑자기 드라마 '황제의 딸'과 영화 '적벽대전' 등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자오웨이의 작품 검색이 차단됐다.
당시 동영상 사이트 관계자들은 자오웨이의 작품을 삭제하라는 임시 통지를 받았다면서도,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후 자오웨이의 실종설과 프랑스 도피설이 제기됐다.
대만 언론은 자오웨이가 8월 27일 프랑스 남부의 유명 와인 산지인 보르도 공항에 전세기를 이용해 도착했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오웨이는 2018년 차입금으로 상장사를 인수하려 한 사실을 숨겼다가 적발돼 당국으로부터 5년간 상장사 경영 참여 금지 제재를 받은 바 있으며 상당한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2014년에는 알리바바 계열인 알리바바 픽처스에 투자해 수천억원의 평가차익을 냈는데, 일각에서는 당국이 알리바바와 관련된 인물을 솎아내는 것과 자오웨이가 관련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관료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에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첫 중국 출신 총재인 멍훙웨이(孟宏偉)가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에서 실종됐는데, 10여일 후 중국 공안부는 그가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멍훙웨이는 2020년 초 법원에서 징역 1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인권운동가와 반체제인사는 물론이고 재벌, 연예인, 관료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적절한 사법절차 없이 실종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그간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당국이 이를 '공포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21일 펑솨이의 영상이 공개된 후 여자프로테니스(WTA) 협회 대변인은 해당 영상이 펑솨이에 대한 협회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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