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인원 42%↑, 세액 217%↑…집값 상승·세율 증가 등 영향
홍남기 "전국민 98%는 고지서 안 받아…종부세는 인별 과세"
증가세액 91.8%는 다주택자·법인 부담…1세대 1주택자도 인원·세액 늘어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곽민서 김다혜 기자 = 올해 집값 상승과 세율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크게 늘어 95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 세액도 5조7천억원까지 늘어났는데, 특히 다주택자와 법인의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22일부터 국세청이 이런 내용의 주택분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한다고 밝혔다.
◇ 주택분 종부세 인원 42%↑, 세액 217%↑…토지분 포함시 100만명 돌파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94만7천명, 고지 세액은 5조7천억원이다.
다만 납세자의 합산배제 신고 등에 따라 최종 결정세액은 고지 세액보다 약 10% 정도 줄어든 5조1천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국민의 98%는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며 "일각에서는 전 국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또는 가구 기준으로 과세 대상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종부세는 인별 과세체계이므로 인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전체 인구 대비 종부세 부과 인원을 2%로 계산했으나, 유주택자 중 종부세 부과 인원을 계산하면 비중은 소폭 올라간다. 2020년 기준 유주택자 1천469만7천명 중 종부세 부과 인원은 6.4%다.
고지 기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인원은 42.0%(28만명) 늘었고 고지 세액은 216.7%(3조9천억원) 증가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전망한 76만5천명보다 20만명 가까이 많다.
토지분 종부세까지 고려하면 올해 종부세를 내는 인원은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 종부세 납세 인원은 33만2천명, 세액은 5천595억원이었다. 4년 만에 종부세 인원은 3배 가까이 늘었고 세액은 10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기재부는 예년과 달리 종부세 고지가 시작된 이날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통해 상세 인원과 세액을 공개했다. 종부세 부담 증가를 두고 들끓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다주택자 종부세 3배로 늘어…증가세액 92%는 다주택·법인 부담
올해 '초강력' 종부세로 2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법인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고지 인원 중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51.2%(48만5천명)로 이들이 부담하는 세액은 전체의 47.4%(2조7천억원)다.
종부세 고지를 받은 다주택자는 지난해 35만5천명에서 13만명 늘었다.
이들의 세액은 9천억원에서 1조8천억원 증가했다. 다주택자의 올해 종부세는 평균적으로 지난해의 3배에 이르는 셈이다.
특히 다주택자 중 85.6%(41만5천명)인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나 3주택 이상자가 다주택자 세액 2조7천억원 중 96.4%(2조6천억원)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조정대상지역인 서울 강남구에 시가 26억원의 아파트 1채와 시가 27억원의 주택 1채를 보유한 사람의 경우 올해 5천869만원의 종부세를 부과받았다.
재산세까지 합치면 보유세 부담은 더 많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보유세액이 직전 연도의 3배(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를 넘지 않도록 하는 세부담 상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종부세가 많이 늘어난 만큼, 다주택자 중에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보유세가 세부담 상한인 지난해의 3배에 달하는 경우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은 고지 인원의 6.5%(6만2천명)를 차지하고 고지 세액의 40.4%(2조3천억원)를 부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와 법인이 전체 고지 인원의 57.8%이며 이들의 부담분이 고지 세액의 88.9%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종부세 고지 세액 3조9천억원 중 91.8%는 다주택자(1조8천억원)와 법인(1조8천억원)의 몫이다.
1세대 1주택자는 다주택자나 법인만큼 부담이 급증하지는 않았으나 종부세 고지 인원과 세액이 모두 늘었다.
1세대 1주택자는 고지 인원의 13.9%(13만2천명)로, 이들은 고지 세액의 3.5%(2천억원)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은 지난해 12만명보다 1만2천명 늘었고 세액은 지난해 1천200억원보다 800억원 증가했다.
◇ 집값·공정시장가액비율·세율 일제히 올라 '초강력' 종부세
주택분 종부세는 과세 기준일(매년 6월 1일) 현재 국내에 있는 재산세 과세 대상인 주택을 인별로 합산한 뒤 그 공시가격 합계액에서 공제금액을 빼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에 부과한다.
올해에 지난해보다 인원과 세액 모두 급증한 종부세 고지가 이뤄진 것은 주택가격,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종부세율이 일제히 올랐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집값 상승에 공시가격 현실화 영향까지 겹쳐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4년 만에 최대폭인 19.08%를 기록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지난해 90%에서 95%로 올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나 재산세 등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공시가격 100%를 과표로 할 경우 세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공시가격이 1억원일 때 공정시장가액비율이 90%이면 과표는 9천만원이 된다.
종부세율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이나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기존 0.6∼3.2%에서 1.2∼6.0%로 2배 가까이 올랐고 2주택 이하도 0.5∼2.7%에서 0.6∼3.0%로 상향됐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이상이거나 청약 경쟁률이 5대 1 이상인 곳으로 주택담보대출, 분양권 전매, 1순위 청약 자격 등에서 규제를 받고 더 높은 종부세율을 적용받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종부세법을 개정하면서 매물 유도를 위해 과세기준일까지 유예기간이 있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0년 8월 법을 개정해 세율을 인상한 뒤 올해 6월까지 10개월 간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도록 시행을 미룬 만큼, 종부세 부담 증가를 납세자가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22일부터 홈택스에서 고지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우편으로는 24∼25일께 받을 수 있다.
종부세 신고·납부 기한은 다음 달 1일부터 1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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