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자나 국방장관 "보급선 2척 팔라완 출발…해병대와 접촉 예정"
두테르테 "최근 벌어진 사태 혐오" 유감 표시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이 중국 함정의 물대포 공격이 발생한 남중국해의 자국 수역에서 군용 물자 보급을 재개했다.
22일 AP통신에 따르면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세컨드 토마스 암초 지역으로 향하는 군용 물자 보급선 2척이 전날밤 팔라완에서 출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군함이 호위중인 보급선은 밤샘 항해를 거쳐 암초 지역에 주둔중인 해병대에 보급품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앞서 로렌자나 장관은 세컨드 토마스 암초 지역에 군용 물자 보급선을 다시 보내라고 군 당국에 전날 지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사건 발생 이후 중국 대사와 계속해서 대화를 했다면서 "중국이 이번에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군 서부 사령관인 라밀 로베르토 엔리케즈는 세컨드 토마스 암초 부근에 있던 중국 함정이 3척에서 2척으로 줄었고 어선들도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6일 세컨드 토마스 암초 부근에서 중국 함정 3척이 필리핀의 군용 물자보급선에 물대포를 쐈다.
이에 필리핀 외교부는 마닐라 주재 중국 대사에게 강력히 항의하면서 곧바로 함정을 철수시키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필리핀의 동맹인 미국도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필리핀의 공공 선박에 대한 무력 공격에 양국간 상호방위조약이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무단 침입한 필리핀 선박에 대한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맞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필리핀 보급선 두 척이 중국의 동의 없이 런아이자오(仁愛礁·세컨드 토마스 암초)에 무단 침입했다"면서 "중국 해경이 법에 따라 공무를 집행해 중국의 주권과 해상 질서를 수호했다"고 주장했다.
팔라완섬에서 195㎞ 떨어진 세컨드 토마스 암초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위치한다.
필리핀은 1999년 이후로 이곳에 일부 군 병력과 군함을 배치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지난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중국의 이런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남중국해는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중국,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으로 경제·군사적 요충지다.
한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국측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날 영상으로 진행된 중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최근 '아융인'(세컨드 토마스 암초의 필리핀명)에서 벌어진 사태를 혐오하며 일련의 비슷한 사안들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두테르테가 이같이 발언하는 순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의에 참석중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시 주석은 본인이 발언할 차례가 되자 "남중국해가 안정을 유지하고 평화와 우정, 협력의 해역이 되도록 공조하자"고 제안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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