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자물가는 제자리걸음…기업·고객 대응방식 다른 탓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세에도 일본은 물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보다 6.2% 올라 3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 역시 4.1%나 급등했다.
이와 달리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는 0.1% 오르는 데 그쳤다. 신선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오히려 0.7% 하락했다.
유가·원자재·반도체 가격 상승과 같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일본이나 다른 지역에 동일하게 미치고 있으나, 회사와 소비자의 대응 방식에서 차이가 나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미국 대기업은 가격을 올려 수익을 늘리려고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가격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내려 수요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MUJI)은 7월∼11월 약 190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했다. 무인양품 측은 가격을 내린 직물 제품의 판매가 9월과 10월에 늘었다고 밝혔다.
일본의 만성적인 수요 부족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일본에서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은 거기에 수요가 몰리는 것을 알아채고 투자를 늘리고, 노동자들도 해당 분야로 몰려 가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가격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일본에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가 어렵다.
일본에서 파트 타임이나 유연 근무가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종신 고용 비중이 높은 점도 고임금 직종으로 인력 이동을 저해하고 있다.
다만 일본이 현재로선 소비자 물가가 안정적이지만 향후 달라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최근 원료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 상승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많은 일본 기업들이 내년 초에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가 수치 이면에 일부 주요 품목의 극적인 가격 상승세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달에 가솔린 가격이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고, 고유가로 전력 발전 비용도 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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