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배' 중국 행사에도 배제된 미얀마 군정…'외교 왕따' 심화(종합)

입력 2021-11-22 17:12  

'뒷배' 중국 행사에도 배제된 미얀마 군정…'외교 왕따' 심화(종합)
시진핑 주재 중-아세안 정상회의 참석못해…10월 아세안 정상회의 이어 두번째
중, 군정참석 원했지만 아세안 반대에 접은듯…"아세안, 반군부 진영과 소통"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쿠데타 군사정권의 수장이 22일 열린 '중국-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2월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사정권을 꾸준히 지지해 '뒷배'로까지 불린 중국이 주최한 행사에도 배제되면서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화상으로 열린 중-아세안 정상회의에 쿠데타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화상회의 캡처 화면을 보면 미얀마 대표의 모습은 없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언론 브리핑에서 흘라잉사령관 참석을 반대한 아세안 국가들이 주중 미얀마 대사가 행사에 대신 참석한다는데 전날 중국측과 동의했지만, 정작 화상 회의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는 중국과 아세안 대화 관계 구축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했다.
흘라잉 사령관의 불참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일부 아세안 국가들의 반대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주 중국이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쑨궈샹 외교부 아주사무특사를 아세안 일부 국가에 파견, 흘라잉 사령관의 참석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주재하는 회의인 만큼, 중국 정부는 전체 아세안 회원국들의 참여 속에 행사가 진행되기를 바랐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세안 4개국은 지난 10월 아세안 정상회의 당시의 흘라잉 '배제'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아세안 소식통을 인용해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브루나이 등 4개국이 '중-아세안 정상회의'에 흘라잉 사령관의 참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도 외교 소식통을 인용, 올해 의장국 브루나이가 중-아세안 정상회의에 흘라잉 사령관의 참석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아세안은 지난 10월말 정상회의 당시 앞서 4월 특별정상회의에서 나온 쿠데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5개 합의사항을 미얀마 군정이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참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비정치적 인사 참석을 제안했지만, 군정이 이를 거부해 결국 아세안 정상회의는 미얀마 없이 진행됐다.
흘라잉 사령관도 직접 참석했던 4월 정상회의의 5개 합의는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 간 건설적 대화, 인도적 지원,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 등이다.
특히 아세안 특사가 미얀마 방문시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면담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군정이 이를 거부한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흘라잉 사령관의 참석을 원했던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의 반대가 완강하자, 결국 쑨 특사를 최근 미얀마로 보내 흘라잉 사령관에게 아세안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1일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온 미얀마 군정은 회원으로 참여하는 아세안 정상회의 및 '뒷배' 중국이 아세안과 손잡고 주최한 행사에서 잇따라 배제되면서 또 한번 외교무대에서 타격을 입었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편 아세안은 반군부 민주진영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아세안은 이주 기후 및 재난 관련 국제회의에 NUG의 투 컹 천연자원·환경보전부 장관을 미얀마 대표로 공식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문민정부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유혈 탄압에 나서 1천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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