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첨단반도체 확보 분투 속 스마트폰 시장 유지 노력"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 정부의 고강도 제재 대상인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華爲)가 스마트폰 시장 유지를 위해 리퍼 상품과 디자인 라이센싱 판매를 시작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화웨이는 지난주 자사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브이(V)몰에 자체 운영체계(OS) 훙멍(鴻蒙·Harmony) 2.0을 장착한 스마트폰 리퍼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리퍼브'라고도 불리는 '리퍼'는 '리퍼비시'(refurbish)의 줄임말로, 구매자의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됐거나 매장 전시품, 재고 제품 등을 손질해 재판매하는 상품이다. 사용한 제품이 아닌 만큼 중고 제품과는 구별되며 정상 제품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이와 동시에 화웨이의 파트너사인 티디(TD)테크는 브이몰에서 자체 제작한 스마트폰 'N8 프로'의 사전판매를 시작했다.
N8 프로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노바 8 프로 5G'와 유사한 것으로,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전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제조한 '기린 985 5G' 반도체를 탑재했다.
SCMP는 "리퍼 상품과 N8 프로의 판매는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 확보를 위해 분투하는 와중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수입원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니콜 펑은 "화웨이가 리퍼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한 것은 자사 소비자들이 중국 경쟁사들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면서도 미국과 비교해 중국의 스마트폰 리퍼 상품 시장은 매우 작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심각한 사업 위기에 직면해 있다. 화웨이 최고 경영진은 공공연하게 '생존이 당면 목표'라고 말할 정도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9년 화웨이의 공급망 마비를 겨냥한 제재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작년 9월 제재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핵심 반도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충분한 양의 제품을 양산할 수 없게 되면서 주력 사업인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크게 위축됐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화웨이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에 그쳤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부동의 업계 1위인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했다.
한때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1위 자리를 다투기도 했던 화웨이는 변변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글로벌 시장 지위가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화웨이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작년 2분기 20%, 3분기 14%, 4분기 8%로 떨어졌다.
SCMP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디자인 라이센싱은 성공할 잠재력이 있지만, 그로 인해 티디테크와 같은 파트너들이 미국 제재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이는 여전히 매우 민감한 분야"라며 "기업들은 주시 대상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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