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망] '3저' 기반에 고도성장…비리로 빛바래

입력 2021-11-23 15:55   수정 2021-11-23 15:56

[전두환 사망] '3저' 기반에 고도성장…비리로 빛바래
'저성장·고물가'→'고성장·저물가'로 전환…최저임금법·공정거래법 제정
적대적 노사관계 생성 등은 비판…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정경유착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씨가 집권을 시작한 1980년은 한국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1970년대 10%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80년 -1.6%로 주저앉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7%에 달했다.
2차 오일쇼크와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중화학공업 중심의 고도성장 후유증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전 씨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기획원 출신의 김재익 경제수석을 발탁해 사실상 전권을 맡기고 경제 안정화 정책을 추진했다. 전 씨가 김 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말하며 신뢰를 보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전 씨가 출범시킨 5공화국은 중화학공업 부문 중복투자를 조정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금리와 통화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추곡수매가 인상률을 낮추는 등 물가 안정을 위한 전방위적 정책 집행에 나섰다.
'성장'보다 '안정'에 중점을 둔 경제정책으로 1981년 21.4%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은 1982년 7.2%, 1983년 3.4%, 1984년 2.3%로 안정세를 찾았다. 동시에 경제성장률은 1981년 7.2%, 1982년 8.3%, 1983년 13.4%로 상승세를 탔다.
1982년부터는 안정·능률·균형 기조의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을 진행하면서 수입자유화 정책, 중소기업 육성 정책 등을 펼쳤고 국민 경제교육에도 열을 올렸다.
1983년에는 물가 안정을 위해 다음 해 세출예산을 동결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이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던 데는 운도 따랐다. 1980년대 초중반 '3저(저금리·저유가·저달러) 호황'의 바람이 강하게 불었기 때문이다.
국제금리가 내려가면서 외환 문제가 해결됐고 유가 하락과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은 국내 물가 안정과 수출에 크게 기여했다.



이런 호재를 바탕으로 1986년에는 경상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3% 수준의 안정적 물가 상승률과 10%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도 계속됐다.
정권 후반기인 1987년부터는 공기업 방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영화를 추진해 증권거래소, 외환은행 등의 지분을 완전히 매각했다.
5공화국 때 전 국민 의료보험 정착의 기틀도 마련됐다. 최저임금법 제정으로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됐으며 남녀고용평등법도 만들어졌다.
공정거래법이 제정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설립된 것도 5공화국 때다.
취임 당시 '저성장, 고물가'의 위기에 놓였던 한국 경제를 집권 시기 '고성장, 저물가'로 바꿔놓고 각종 경제·사회복지 제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서 5공 정권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3저 호황이 이어지면서 과소비와 투기 등의 현상이 서서히 심화했고, 이렇게 내재해있던 경제 불안 요인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탓에 다음 정권인 6공화국 때 이런 불안 요인이 현실화하면서 경제를 휘청이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수입자유화를 진행하면서도 '완충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국내 산업이 위기를 겪게 했고, 산별노조를 기업별노조로 바꾸면서 뿌리 깊은 적대적 노사관계의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물가와 국민 경제 안정을 이룬 업적은 전 씨 개인의 부정 축재로 더욱 빛이 바랬다.
1997년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 전 씨는 재임 중 정경유착을 통해 재벌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7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고, 추징금 2천205억원은 23일 사망할 때까지 완납하지 않았다.
charg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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