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대만 글뤼크스만 의원 "EU 대만 지지, 중국 침공 저지할 것"
EU 집행위는 중국에 우호적이나 유럽의회는 강경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유럽연합(EU)이 대만보다 중국을 우선하는 것은 독일 정계와 업계가 중국을 위한 로비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대만을 방문한 프랑스 출신 라파엘 글뤼크스만 유럽의회 의원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EU가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와 인권 문제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 정치 지도자들이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 협력 증진을 원하고 폴크스바겐 등 독일 대기업이 중국의 이익을 위해 로비스트로 나서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EU가 대만의 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지하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우리는 권위주의 체제의 반응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포에 사로잡히거나 사고가 마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 집행위원회의 대만 관련 정책이 균형을 잃는다면 유럽의회가 무역협정 비준 등을 거부함으로써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글뤼크스만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유럽의회 '대외 민주주의 개입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은 지난 3일 사흘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유럽의회 의원단의 공식적인 대만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의회는 지난달 21일 중국 측의 반대에도 대만과 관계를 심화하고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아울러 EU의 대만 주재 '타이베이 대표부'를 '대만 대표부'로 격상하라고 요구했다.
유럽의회의 이런 움직임의 배경 중 하나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 위기 속에 반도체 강국인 대만과 경제협력 필요성이 커진 경제적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 결의안은 EU-중국 투자협정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해 12월 EU와 중국은 거의 7년 만에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이후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문제를 놓고 대립하면서 서로 제재를 주고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유럽의회는 중국이 제재를 풀기 전까지는 투자협정을 비준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EU의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개별 국가와 정당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민심에 더욱 민감한 유럽의회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 인권 문제에 주목해 온 글뤼크스만 의원 등 유럽의회 의원 5명은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다.
유럽의회가 EU 지도부의 입장과는 달리 대만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EU는 아직 명확히 정리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처지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추 구실을 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퇴임을 앞둔 터라 EU 외교 정책의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재임 16년 동안 12차례나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중국을 중시하면서 경제 협력을 끌어내는 실용적인 대(對)중국 정책을 펼친 것으로 평가된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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