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병원 의사들 공개서한…보건당국은 주요 반대론자들 조사 촉구
의회는 접종 증명 QR 코드제 입법 추진…접종률 37%로 여전히 저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대규모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방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백신 접종 반대론자들을 상대로 설득과 압박 작전을 펴는가 하면 접종을 유도하기 위한 QR 코드 제도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11개 병원 의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대론자들에게 감염증 중환자들이 입원 중인 병동을 방문해 직접 참혹한 실상을 볼 것을 제안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공개서한에는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다른 지방 도시들의 시립병원 수석 의사들과 코로나19 환자 집중치료실 담당의사 등이 서명했다.
수신인에는 평소 백신 접종이나 접종 의무화에 반대 견해를 밝혀온 정치인과 사회활동가, 문화·연예계 인사 등이 다수 포함됐다.
제1야당인 공산당 당수 겐나디 쥬가노프, 다른 야당인 정의 러시아당 당수 세르게이 미로노프, 하원 부의장 표트르 톨스토이 등의 유명 정치인들과 정치학자 세르게이 쿠르기냔, 여배우 마리야 슉쉬나, 여가수 나탈리야 베틀리츠카야, 방송 연예 프로그램 진행자 오스카르 쿠체라 등의 유명인사들도 수신인 목록에 들어갔다.
공개서한 저자들은 "우리는 지금 알만한 이유로 다들 바쁘지만 많은 사람이 당신들의 글을 읽고 말을 들으며 조언을 구한다는 점을 고려해 '적색구역'(중환자 병동), 집중치료실, 해부병리실 등을 안내할 시간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시설을 둘러보면 백신 반대론자들도 접종에 대한 입장을 바꿀 것이고, 그러면 더 적은 사람들이 사망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서한을 발표한 이유를 설명했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강경책도 들고나왔다.
현지 보건감독청(로스즈드라브나드조르)은 전국의 백신 접종 반대 활동가 37명의 정보를 수사당국에 넘기면서 이들에 대한 형사 입건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디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접종 반대 여론을 퍼트려온 인사들이 대상이 됐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유해성에 대한 거짓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해온 의료계 종사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수사당국의 조사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허위 정보를 사실을 가장해 공개 유포한 혐의 등으로 입건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정부와 의회는 입법을 통한 접종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2일 공공장소 방문과 대중교통 이용 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QR 코드 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법안은 조만간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 따르면 계도 기간인 내년 1월 말까지는 접종 증명 QR 코드가 없어도 PCR 테스트 음성 결과를 제시하면 되지만, 2월부터는 QR 코드 없이는 아예 공공장소 방문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해진다.
이 같은 각종 방안은 러시아의 코로나19 접종률이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나왔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지난 22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인 5천395만 명이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마쳐 인구(1억4천600만 명) 대비 접종률은 3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보건당국이 자체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등의 백신을 이용해 지난 1월부터 11개월째 접종 캠페인을 벌여온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백신의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여전하고, 혹 감염되더라도 치명적 상황까지 내몰릴 확률은 낮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접종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 9월 중순부터 시작된 4차 유행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루 3만 명 이상의 신규확진자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가운데 사망자 수도 계속 증가해 최근엔 하루에 1천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세계 5위 수준이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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