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기자 2명, 30시간 만에 풀려나…카타르 정부 "사유지 무단침입"
노르웨이 정부, 자국 주재 카타르 대사 초치해 항의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를 1년 앞두고 개최국 카타르에서 외국인 노동 실태를 취재하던 노르웨이 기자들이 당국에 30시간 넘게 억류됐다 풀려났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 소속 스포츠부 기자 1명과 사진기자 1명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카타르 보안경찰에 억류됐다가 외국인 노동자 숙소 취재 영상을 삭제한 뒤에야 풀려났다. 이들은 24일 노르웨이로 복귀했다.
카타르 정부는 NRK 기자들이 노동자 숙소가 있던 공업지역 내 사유지에 무단침입해 허가 없이 촬영했으며, 사유지 소유주가 신고해 보안경찰이 출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취재진이 촬영 허가를 신청했지만 당국이 승인하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대부분의 나라처럼 무단침입은 카타르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취재진은 서면 허가는 없었으나 구두로 촬영 허가를 받았다면서, 이후 사복 차림의 보안경찰이 자신들의 숙소로 와 경찰서로 출두하도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내년 11월 21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초청으로 그곳(카타르)을 방문했고 다른 매체들도 다수 있었다"고 맞섰다.
NRK 측은 카타르 정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취재진이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행동했다고 옹호했다.
이번 사건은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용납할 수 없다"면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작동에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외교부는 자국 주재 카타르 대사를 초치했고, 노르웨이 외교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는 다른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르웨이 기자협회와 축구협회, 올림픽위원회도 비판에 가세했다.
한편 서방 언론은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된 뒤 경기장 건설 등에 투입되는 카타르의 외국인 노동자 처우와 관련해 비판적인 보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과거에도 카타르 당국에 의한 유사한 취재진 억류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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