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첫날 시멘트 업계 출하량 평소 20%로 급감
의왕·수색 수도권 유통기지 '올스톱'…건설현장은 대체공정 돌입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화물연대가 25일부터 사흘간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멘트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멘트·레미콘 업계는 "요소수 사태가 겨우 진정되는가 했더니 이번엔 물류대란"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피해 확산 가능성을 주시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첫날인 이날 수도권 시멘트 저장소(사이로·silo)가 몰려 있는 의왕(부곡) 유통기지에는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아 시멘트 운송이 전면 중단됐다.
의왕기지에는 쌍용C&E·한일시멘트·성신양회·아세아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 등 국내 대표 시멘트 7개 사의 저장소가 몰려 있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이른 아침부터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고 있어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이 드나들지 못하고 있다"며 "수도권 공사현장 시멘트 납품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수색유통기지도 화물연대 소속 BCT 차주들이 운행을 멈추면서 시멘트 출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의왕과 수색 외에 인천·덕소·팔당·광양 등 전국의 주요 시멘트 유통기지가 화물연대의 봉쇄로 시멘트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동해와 영월, 제천, 단양 등에 위치한 주요 시멘트 회사의 공장도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출입구 등을 봉쇄해 시멘트 출하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쌍용C&E나 한일시멘트·성신양회 등 주요 시멘트사들은 이날 오전 기준으로 평소 대비 시멘트 출하량이 20% 정도로 급감했다.
철도를 통해 시멘트를 전국의 거점으로 운송하더라도 결국 최종 개별 건설현장과 소비자에까지 운송하려면 BCT 이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레미콘사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유진·삼표 등 대형 레미콘사들은 자체 저장소를 통해 1∼2일가량의 시멘트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별도의 저장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당수 영세 레미콘사들은 레미콘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는 야적이 불가능해 대부분 사이로에 보관하는데 아무리 큰 회사도 재고분이 하루 이틀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며 "일단 이번 파업이 사흘로 예정돼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화하면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건설현장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공정 대체 등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필요한 철근 등 건설자재를 미리 조달해놓은 상태여서 큰 문제는 없다"면서 "시멘트 운송 차질에 따른 일부 공정의 차질이 예상되나 전체 공사 기간에 지장이 없도록 다른 공정으로 대체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토공사 현장의 경우 굴착기(포크레인)가 땅을 파면 덤프트럭이 토사 등을 실어날라야 하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덤프트럭 운행까지 어려워진다면 일부 공사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가격 급등,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추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최근 요소수 사태에 이어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올해 4분기 시멘트사들의 적자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요소수, 물류대란 등 비용 증가 요인들이 가중하고 있다"며 "이번 파업이 장기화돼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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