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차기 총리 '예약'…"메르켈 정책 대부분 계승할 듯"
오랜 정치경력으로 '친숙한 얼굴'…메르켈처럼 절제·침착이 특징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이어 차기 독일 총리 취임이 유력시되는 올라프 숄츠(63) 사회민주당(사민당·SPD) 총리 후보는 전임 메르켈 총리의 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메르켈처럼 되겠다며 유권자 설득한 올라프 숄츠, 그는 누구인가?" 제하 기사에서 숄츠 후보가 내치·외교 분야에서 '선배'인 메르켈 총리의 정책 방향을 급격히 전환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외교 분야에서는 특히 이미 메르켈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숄츠 후보를 각국 정상에게 소개한 만큼, 기존의 외교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닐스 슈미트 사회민주당 외교정책 대변인도 "너무 많은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고 밝혔다.
다만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문제나 우크라이나 인근의 러시아 병력 증강 문제 등 산적한 외교적 문제에 대해, 보수 성향 연정 파트너들의 압박이 거세지면 숄츠 후보도 메르켈 총리와 다소 결이 다른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정책뿐 아니라 숄츠 후보의 말투와 겉모습에서도 메르켈 총리가 연상된다는 평가도 있다.
숄츠 후보는 메르켈 총리처럼 안정되고 절제된 언행과 침착한 모습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메르켈 총리의 트레이드마크인 다이아몬드 모양 손 맞잡기까지 선보였다.
메르켈과 숄츠 양측을 오랜 기간 지켜본 언론인 로빈 알렉산더는 NYT에 "숄츠는 다른 사람의 경기 영상을 분석해 경기 흐름을 바꾼 축구선수 같다"며 "개인 성향이나 정치 스타일, 표정까지 숄츠는 지금 메르켈을 보여주고 있다. 숄츠가 여자였으면 (메르켈이 주로 입는) 바지 정장을 입었을 것"이라고 했다.
숄츠 후보는 평생 사민당에 몸담아왔으며, 20년 이상 독일 정치 전면에 나서 그동안 독일인들에게는 친숙한 얼굴이다.
그는 독일 북부 오스나브뤼크에서 태어나 함부르크에서 자랐다.
증조부는 철도원이었고, 부모는 직물 관련 분야에서 일했다. 이 집안에서 대학에 진학한 것은 숄츠와 그 형제들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숄츠는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사민당에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노동법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젊은 변호사 시절에는 공장 폐쇄로 위협받는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했다.
그러더니 2000년대 초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에는 임금 삭감, 복지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한 노동시장 개혁 정책을 옹호하기도 했다.
의회에 첫 입성한 1998년 당시에는 좌파 성향 동료들과 뜻을 함께했고, 최근에는 우파 성향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NYT는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는 메르켈 내각의 재무장관을 맡아 다시 노동자와 기업을 위해 국가 재정 수십억 유로를 '바주카포'처럼 투입하겠다고 밝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 발언으로 그는 '바주카포 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NYT는 이처럼 좌우를 넘나든 숄츠 후보를 '정치적인 카멜레온'이라고 표현하며, 실용성을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 '이념 지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을 때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숄츠 후보는 마치 로봇을 떠올리게 하는 무뚝뚝한 답변 방식 탓에 '숄초마트'(Scholz + Automat)라는 별명도 얻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는 이 별명에 대해 "매우 적절하다"며 흡족해했다.
취임 직후 숄츠 후보는 복잡한 내부 정치 상황을 풀어내야 한다.
다시 악화하고 있는 팬데믹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에 시급히 나서야 하고, 연립정부 내에서 친기업 성향 자유민주당(자민당·FDP), 친환경 기후대응을 내세운 녹색당의 치열한 토론도 조율해야 할 전망이다.
녹색당은 500억 유로(약 67조원)를 '그린에너지 전환'에 투입하고 싶어하고, 자민당은 재무부 통제권을 쥐고 재정을 좌지우지하고 싶어 한다.
BBC방송은 "녹색당과 자민당이 '정책 요리사'가 되고 숄츠는 그 요리를 의회와 국민에게 전달하는 웨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한 정치 평론가의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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