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쿄에서 다시 울려 퍼진 '징용 배상' 함성

입력 2021-11-26 17:00  

[르포] 도쿄에서 다시 울려 퍼진 '징용 배상' 함성
코로나로 중단됐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 '금요행동' 재개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일본 시민단체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은 26일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근로정신대에 대한 배상을 촉구하는 '금요행동'을 재개했다.
이 단체는 이날 오전부터 도쿄 유라쿠초역 앞에서 거리 선전 활동을 한 후 일본 강점기 근로정신대에 가혹한 노동을 시킨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건물로 이동해 집회를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에 열려 '금요행동'이라고 불리는 이 집회는 2007년부터 14년째 이어져 오다가 작년 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단됐다.
그때까지 507번이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서 집회했고, 작년 10월 말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이 잠시 진정돼 508번째 집회를 개최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다시 중단됐다.
이날 금요행동은 508번째 집회 이후 1년 1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단체 측은 도쿄 중심가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 "소녀에게 시킨 가혹한 노동을 보상하라",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이행하라"고 쓰인 노란색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10여명의 단체 회원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줬다.
이 단체의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는 집회에 참여한 동료인 데라오 데르미 씨와 함께 본사 건물로 들어가 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에게도 근로정신대에 배상을 요구하는 선전물을 전달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집회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금요행동을 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에 재개를 결단했다"며 앞으로 매주 집회를 개최할 생각임을 밝혔다.
금요행동의 본격 재개는 작년 3월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 된다.
다카하시 대표는 "(금요행동이 중단됐던) 코로나 기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단체 회원들이) 교대로 (미쓰비시중공업) 사장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17명의 단체 회원이 미쓰비시중공업 사장 앞으로 62차례에 걸쳐 근로정신대에 배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썼다고 다카하시 대표는 전했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1월 29일 미쓰비시중공업이 근로정신대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카하시 대표는 이날 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를 만났을 때 "원고 대부분이 돌아가셨다. 생존자 중에도 의식이 있는 분은 2명 밖에 없지만, 이분들은 계속 호소하고 있다"며 서둘러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는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고 답변했다고 다카하시 대표는 전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2012년 12월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출범 이후 과거 청산 문제에서 최악의 내각이 계속되고 있다"며 "벽이 정말로 높다. 그러나 가해국 시민으로서 피해자가 계속 주장하기 때문에 우리는 운동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야노 히데키 조선인강제노동피해자 보상입법추진 일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이날 집회 발언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제 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 기업이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는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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