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통업계, 너도나도 '구원투수' 모시기…외부수혈 활발

입력 2021-11-28 06:37  

위기의 유통업계, 너도나도 '구원투수' 모시기…외부수혈 활발
실력 검증된 경쟁사 출신부터 컨설턴트까지 전방위 영입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급변하는 사업환경 속에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전통 유통기업들이 너도나도 외부에서 '구원투수'를 찾고 있다.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공채를 승진시키는 대신 컨설팅 전문가는 물론 경쟁사 출신 인사 영입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활발하게 영입되는 구원투수는 경쟁사 출신이다.
비슷한 업종에 근무해 본 경험이 있어 시장 사정에 밝은데다 실력이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어 영입 대상 1순위로 꼽힌다.
롯데는 올해 정기인사에서 쇼핑 대표에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을 영입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신세계[004170], 이커머스 사업부를 총괄하는 나영호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출신이다.
순혈주의가 강한 롯데가 '롯데맨'을 버리고 경쟁사의 인물을 택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020000] 해외패션 부문에 경쟁사인 삼성물산[028260] 출신 박철규 사장을 모셔왔다.
한섬은 타임, 마인 같은 탄탄한 자체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온라인 전략도 성공적으로 추진해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국내 브랜드에 국한돼있다는 약점이 있다.
기존브랜드 고객의 충성도가 높기는 하지만 최근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 세대가 해외 패션브랜드에 더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에서 톰브라운, 아미 등을 발굴했던 박 사장의 기획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세계는 '아픈 손가락'인 신세계까사에 이베이코리아와 여기어때컴퍼니를 거친 최문석 대표를 영입했다.
신세계까사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책임경영을 본격화한 이후 처음으로 인수·합병한 사례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재무기획 담당 전무로 CJ그룹과 삼성전자[005930]를 거친 홍승오 전 ADT캡스 부사장을 영입해 M&A 전략을 맡겼다. 온라인사업 담당 상무로는 이은영 전 삼성전자 상무를 기용했다.
외부 조언자 역할을 해 온 컨설턴트를 등판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간 컨설턴트 출신은 현장 감각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인식도 있었지만, 이마트[139480] 강희석 대표 영입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인 강 대표는 이마트가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2019년 구원투수로 등판해 과감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1년 만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냈고 지난해부터는 SSG닷컴 대표까지 겸하고 있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호텔롯데에 컨설팅회사 AT커니 출신 안세진 대표를 기용했다.
지배구조 개선 전문가인 안 대표를 영입한 것은 롯데의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023530]의 정경운 전략기획부문장과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이다.



신세계그룹도 최근 전략실 온라인 태스크포스(TF) 담당 김혜경 상무를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영입했다.
또 SSG닷컴 최영준 재무관리담당 상무(CFO)도 베인앤드컴퍼니, 신호상 이마트24 마케팅담당 상무는 AT커니 출신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주도해온 유통업계에서는 그간 내부 출신이 사실상 최고의 인재여서 외부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지만 몇 년 사이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기존의 감각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생겼다"며 "시대 변화에 따른 그런 니즈(요구)를 외부인재들이 메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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