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알파벳 순서 어기고 뉴·크시 건너뛴 배경 추측 분분
"뉴→ 새로운 변이 오해, 크시(xi)→시진핑 연상"
WHO, 낙인·차별 효과 피하려 변이에 그리스 문자 사용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이(B.1.1.529)의 이름을 '오미크론'(ο·Omicron)으로 정하면서 변이 바이러스 이름을 짓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WHO는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B.1.1.529' 변이를 '우려 변이'로 분류하면서 변이 이름은 그리스 알파벳의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으로 공식화했다.
애초 전문가들이나 언론에서는 새 변이의 이름이 '뉴'(ν)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WHO는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나올 때마다 그리스 알파벳 글자 순서대로 이름을 지었는데, 앞서 12번째 글자인 '뮤'(μ) 변이까지 나온 만큼 이번 변이는 13번째 글자 뉴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WHO는 예상과 달리 뉴와 그다음 글자인 '크시'(ξ)마저 건너뛰고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을 새 이름으로 낙점했다.
이처럼 WHO가 관행을 깨고 새 변이에 오미크론을 붙이자 추측이 분분하다.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이는 설명은 같은 발음이나 철자로 인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뉴는 새롭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뉴'(new)와 거의 같은 발음이다 보니 혼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권에서 '새 변이인 새 변이'로 들릴 수 있는 상황을 피하고자 뉴를 제외했다는 것이다.
크시 역시 비슷하다. 크시의 영어 철자는 'xi'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표기할 때 성만 따 'Xi'라고 쓰기 때문에 공교롭게 철자가 같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의 성과 같은 철자의 단어를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으로 쓰기가 WHO로선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크시를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으로 지었다면 영어로 크시 변이는 'xi variant'라고 쓰게 되는 데 이를 보고 '시진핑 변이'를 연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WHO 관계자가 "지역이 낙인찍히는 것을 피하려고" 'xi'를 걸렀다"고 말했다는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 편집장의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WHO가 중국 공산당을 이렇게 두려워하면 중국이 치명적인 전염병을 은폐하려 할 때 WHO가 그들을 불러낼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뉴욕 포스트는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이 "뉴는 새로운 변종으로 혼동할 수 있다"며 "낙인을 피하려고 지명이나 사람 이름, 동물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명명 규칙을 따라 흔한 성씨인 'xi'를 쓰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WHO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그리스 알파벳을 붙여 명명한 것은 5월부터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확산한 이후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B.1.1.7' 변이가 나왔고, 이보다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B.1.351' 변이가 발견됐다. 브라질(P.1)과 인도(B.1.617.2)에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그때마다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로마자 알파벳과 숫자로 된 복잡한 이름 대신 변이가 처음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 '영국발 변이', '남아공발 변이' 등으로 불렀다.
하지만 WHO는 지역 이름을 붙여 부르면 해당 국가나 도시가 낙인이 찍히거나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며 지난 5월 그리스 알파벳을 순서대로 붙여 이름을 짓기로 했다.
이 결정에 따라 B.1.1.7은 알파(α), B.1.351은 베타(β), P.1은 감마(γ), B.1.617.2는 델타(δ)로 명명했고, 이후 등장하는 변이에도 엡실론(ε)부터 뮤(μ)까지 차례로 이름 지었다.
당시 WHO의 마리아 밴 커코브 기술팀장은 "그리스 문자 24개가 모두 사용된다면 이후부터는 새로운 이름 체계가 도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미크론의 다음 글자는 원주율을 나타내는 기호로 익숙한 '파이'(π)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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