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앞서 여성폭력 추방의날 집회…"소녀상 머물러야"

입력 2021-11-28 06:34  

베를린 소녀상앞서 여성폭력 추방의날 집회…"소녀상 머물러야"
"평화의 소녀상은 베를린서 유일한 反성폭력 상징 동상"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여성은 희생자가 아니다. 베를린에서 반(反
)성폭력을 상징하는 유일한 동상인 소녀상은 제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27일(현지시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는 지난 25일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계기로 소녀상이 제자리에 머물러야 한다고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재독시민사회단체인 코리아협의회와 독일 시민단체 극우에 반대하는 할머니들의 모임, 쿠라지 여성연합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시민과 활동가 100여명이 참가했다.
최영숙 코리아협의회 위안부공동연구모임 활동가는 "국제 반(反)여성폭력의 날을 맞아 1991년 처음 침묵을 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으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싸움을 독일 역사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소녀상을 여성에 대한 성폭력 반대의 상징으로 이곳에 계속 존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선경 한민족여성네트워크 회장은 "소녀상은 전시 성폭력이 더는 일어나면 안된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경고하고, 우리와 함께 반여성폭력의 날을 맞아 여성은 희생자가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면서 "소녀상은 1년이 아니라 계속 우리와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소녀상 앞 차로를 따라 미테구청 분원까지 행진을 벌이고, 결의문을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지난해 9월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전세계적으로 굴하지 않는 투쟁으로 귀감이 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징"이라면서 "베를린에서 유일하게 반(反)성폭력 상징하는 동상인 소녀상은 제자리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녀상이 세워진 직후부터 일본 정부는 철거를 압박했고, 미테구청은 일주일 내 철거를 요구했지만, 안팎에서 저항 끝에 저지할 수 있었다"면서 "미테구의회의 거듭된 영구존치 결의에도 미테구청은 모든 임시로 설치된 기념비는 최대 2년간만 머물 수 있다며 설치기한을 내년까지 1년만 연장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를 부인하는 전범국가, 가해자 감싸기를 중단하고 조건 없이 소녀상을 제자리에 머물게 하라"면서 "베를린 시민들은 소녀상이 머물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와중에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한 주민은 "소녀상이 일본정부의 압박으로 위험하냐, 믿어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소녀상은 반일도 아니고, 한국 것도 아니고 이 동네에 있다. 여기에 머물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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