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중단 쇼A 원전, 첫 가압수형 원자로 해체 사례
프랑스, 550조원 원전 해체 시장에 앞서 진출
(쇼[프랑스]=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23일(현지시간) 찾은 프랑스 쇼A 원자력 발전소의 해체 작업 현장은 원자력 발전의 양면을 모두 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원자력 발전은 낮은 발전단가와 연료 공급의 안정성, 대규모 발전이라는 장점을 가진 동시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와 해체 작업과 같은 난제도 해결해야 한다.
앞선 원자력 기술과 역사를 보유한 프랑스는 이미 원자력 발전소를 해체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그런 점에서 쇼A 원전은 수명이 다한 원전을 곧 해체해야 한국이 눈여겨볼 만한 선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원전에서 진행중인 해체 작업에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은 프랑스에서 처음 실행되는 가압수형 원자로(PWR) 해체이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집계 기준 33개국이 운영하는 원자로 442기 중 305기(69%)의 노형이 PWR이다.
쇼A 원전은 벨기에 국경에서 2㎞ 떨어진 프랑스 북동부에 있다. 파리에서 자동차로 가려면 3시간 반 정도 걸린다.
이미 방사성 물질이 모두 반출된 상태였지만 출입 절차는 매우 까다롭고 엄격했다.
방호복과 헬멧, 고글, 신발, 장갑은 물론 양말까지 프랑스 전력공사(EDF)에서 지급한 용품으로 갈아입어야 했고, 방문 내내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하는 선량계를 가슴에 달고 다녔다.
작업장을 나올 때 선량 측정기에 온몸의 피폭 여부를 검사하고 옷을 갈아입고 난 뒤에도 소지품까지 다시 한번 방사선량을 측정해 기준을 통과해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쇼A 원전의 연간 발전용량은 305㎿로 1967∼1991년까지 24년간 전력을 생산해 프랑스와 이웃 벨기에로 송전했다. 격납시설 없이 동굴 안에 원자로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에 가동을 중단한 뒤 원전 해체와 관련한 법령 정비를 마치고 2007년부터 비로소 물리적인 해체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해체하는 PWR이다 보니 법을 제정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한다.
PWR의 해체가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애초 2022년 마무리하려 했지만 팬데믹으로 2024년으로 미뤄졌다.
원전 가동 중단부터 해체 완료까지 33년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주한프랑스대사관이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사 4곳과 유튜브 채널 1곳을 초청해 방문한 쇼A 해체 작업장은 80%에 해당하는 시설이 이미 철거돼 있었다.
지금은 노심을 담았던 압력용기(pressure vessel)만 볼 수 있다.
핵연료, 냉각재 등 노심의 방사성 물질에 직접 노출된 용기는 방사선 차폐를 위해 수조에 담가져 있었다. 이 용기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프랑스가 개발한 로봇팔로 절단해 옮길 계획이다.
쇼A는 가동을 중단하고 나서 사용후 핵연료봉을 바로 제거했기 때문에 지난 14년간 이뤄진 해체 작업은 방사성 물질의 99%가 제거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프랑스 당국은 원전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80%는 일반폐기물로, 나머지 20%가 방사성 폐기물로 분리해 처리중이다.
방사성 폐기물 중 원자로와 접촉한 장수명 중준위 폐기물은 땅을 깊이 파서 묻어버리는 심지층 처분을 한다.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은 현재 뷔르 지역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지로 선정하고 지하 500m 깊이에 시설을 짓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쇼A 해체 비용은 5억유로(약 약 6천680억원)로 추산된다. 그간 기술과 경험이 누적됐으니 다른 원전을 해체할 때는 비용을 절감할 여지가 있다는 게 EDF의 설명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EDF는 현재 프랑스 전역에서 PWR뿐만 아니라 중수로(HWR), 흑연감속가스냉각로(UNGG), 실험용 고속로(FBR) 등 4개의 다른 기술로 지어진 원자로 10기를 해체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동 42년만에 해체하기로 한 페센하임 원전은 발전용량(880㎿)이 쇼A 원전의 3배 정도지만 같은 PWR이어서 들어가는 비용에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쇼A 원전 해체 작업을 총괄하는 위그 라투르트 EDF 소장은 "지난 15년간 쇼A를 해체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왔다는 점에 우리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원전이 상용 발전을 시작한 지 70년 가까이 지나면서 원전 해체,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장도 커지고 있어 프랑스는 이를 겨냥해 한국 등 원전이 많은 나라에 접근하고 있다.
앞으로 본격화할 원전 해체 시장은 550조원으로 추산된다.
EDF는 쇼A 해체를 결정하고 나서 바로 옆 부지에 쇼B를 건설하기로 했고 발전용량이 1천400㎿인 쇼B1을 1996년, 쇼B2를 1997년 상업 가동했다.
통상 원전을 지으려고 하면 찬반 여론이 갈라지기 마련인데 당시 지역 경제를 책임졌던 철강 산업이 저무는 시점에 원전이 들어서 일자리를 대신 창출했던 만큼 쇼 지역에선 신규 원전에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1978년 가동을 시작해 2017년 영구정지된 고리 원전 1호기가 해체 절차를 밟고 있으나 지난 9월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 미비로 해체 심사가 연기됐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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