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죄고 금리 인상에 종부세까지…"집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입력 2021-11-28 10:45   수정 2021-11-28 13:05

돈줄 죄고 금리 인상에 종부세까지…"집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다주택자 매도 고민 깊어져…서울 거래량 2019년 3월 이후 최저
일부 다주택자 종부세 임대료 전가 움직임…"전세 수요도 없어 쉽진 않아"
종부세 반발 확산 "종부세 중단" 국민청원…실거래가는 신고가-급매 혼재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 속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급되고, 금리인상까지 이뤄지면서 주택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1%대 시대에 역대급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일부 다주택자들이 세금 득실을 따지며 매도 여부를 저울질했지만 매수자들의 자취를 감추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종부세 관련 조세 저항 분위기도 확산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매도-매수자간 힘겨루기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다주택자 "집 팔아야 하나" vs 매수자 "급할 것 없다"
종부세 과세와 금리인상이 한꺼번에 터진 지난 주말 서울 아파트 시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역대급' 종부세 부과에 놀란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아야 하나" 고민하는 문의가 이어졌지만, 당장 급매물 증가로 이어지진 않는 모습이었다.
올해 종부세는 지난 6월 1일 자로 과세 대상이 확정되면서 이미 예고된 악재인 셈인데다 무엇보다 내년 3월 대선이라는 큰 변수가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다주택자도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집을 내놔도 살 사람이 없는 현실적인 고민도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 동네는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종부세 부담이 큰 데 2주택 이상자는 종부세가 '징벌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과도한 수준"이라며 "고지서를 받아들고 고민하는 집주인부터, 대선 이후 상황까지 좀 더 버텨보겠다는 집주인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종부세가 워낙 많다 보니 미리 각오는 했지만 막상 설마 했다가 고지서를 받아보고 당황하는 집주인들도 눈에 띈다"며 "당장 매물로 내놓겠다고 하진 않는데 고정 수익이 없는 은퇴자들은 매도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어서 점차 급매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미 다주택자들의 상당수는 사전 증여를 했거나 양도 등을 통해 종부세 부담에 대비한 상태고, 아직 남아 있는 다주택자들은 내년 5월 말까지 증여나 매도를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라며 "집값 하락 여부, 대선 공약 등을 따져보며 천천히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부세보다 금리 인상에 민감한 강북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지난달부터 시세보다 1천만∼2천만원 낮춘 급매물이 일부 나와 있지만 거래가 잘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자 부담이 더 커질까 봐 우려하는 집주인들은 많지만, 어차피 매수자가 없어 거래가 안 되다 보니 호가를 더 낮출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통계상의 매물은 조금씩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열흘 전 4만4천603건에서 이날 현재 4만4천886건으로 0.6% 증가한 상태다.
강서구가 열흘 전 1천979건에서 현재 2천44건으로 3.2% 늘었고 이어 서대문구(3.1%), 마포구(2.9%), 양천구(2.0%), 은평구(1.9%), 중랑구(1.7%) 등의 순이다. 비강남권이 송파구(0.8%), 강남구(0.5%), 서초구(0.1%) 등 강남3구보다 증가폭이 컸다.
은평구 불광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다주택자라면 양도세 부담이 큰 강남권보다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운 비강남권 아파트부터 정리하지 않겠느냐"며 "대출 규제의 영향도 애초 담보대출이 안되는 강남보다는 강북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6을 기록해 2주 연속 10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 이어졌다.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거래량도 급감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건수 기준)은 지난 9월 2천702건으로, 2019년 3월(2천282건)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한 데 이어 10월 거래량도 현재까지 신고물량이 2천292건에 그쳐 전월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11월 계약 신고건수는 현재까지 502건에 불과하다.



◇ 전세 동반 침체에 임대료 전가도 쉽지 않아…"종부세 중단하라" 국민청원도
세금과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비용 부담을 세입자에 전가하려는 조짐도 보인다. 다만 최근 임차 시장이 동반 침체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부 집주인들이 보유세와 이자 부담이 커지다 보니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 '전셋값을 올리겠다'고 하는데 최근 임대물건이 쌓이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당장 12월에 임대기간이 만료되는 급한 물건도 소화가 안 되는 상황이어서 당장 종부세로 인한 임대료 상승 우려는 없다"고 진단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종부세 부담 때문에 집주인이 전세를 1천만∼2천만원 더 올리겠다고 하지만 당장은 그보다 싼 전세도 소화가 안 되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전셋값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도 종부세 부담이 커지면서 시민연대를 중심으로 종부세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인 가운데 청와대 게시판에도 관련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약탈적 종부세를 중단하라'는 게시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단기간에 사고파는 행위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이 아니라 임대시장에 임대물건을 제공하는 시장의 한 축"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에 맞춰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실화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인은 "종부세가 부자세라면 부유한 임대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게 맞지 6억원이 어떻게 부자세 아파트의 가격 기준이 되느냐. 국민의 일상생활이 무너질 정도의 세금은 약탈이고 벌금이며 재산몰수"라고 지적했다.
이 청원인의 게시글은 지난 26일 올라와 사흘이 안 돼 9천7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역시 같은 날 올라온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 종부세를 철회해 달라'는 청원 글에는 현재까지 500명 가까이 동의한 상태다.



◇ 급매물 거래·신고가 혼재…전문가 "시장 혼란속 당분간 거래 침체 이어질 것"
이러한 초강력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종부세 부과 등 융단폭격식 악재 속에 '대선'이라는 대형 변수가 시장을 흔들면서 거래 공백 속에서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시세 이하로 떨어지거나 반대로 일부는 신고가도 찍는 등 혼란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8㎡(13층)는 지난 13일 26억2천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18일 계약된 27억원(14층)보다 7천5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이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매수자가 무조건 실입주를 해야 하다 보니 일부 급매물이 나왔던 게 싸게 거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삼성래미안 전용 84.91㎡ 역시 지난 6일에 직전 최고가(11억원, 10월13일) 대비 7천500만원 낮은 10억2천500만원에 팔렸고,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67㎡는 지난 4일에 종전 최고가(8월 11억3천만원, 1층)보다 5천만원 낮은 10억8천만원(1층)에 거래됐다.
반면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단지 전용 59.9236㎡는 지난 10일에 5층이 신고가인 15억원에 팔리면서 이 주택형에서 처음으로 15억원을 찍었다.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애초 15억8천만원에 내놨던 물건인데 매수자 입장에선 사정이 급해 호가를 낮춰 매도한 것"이라며 "최근 몇 달간 호가는 크게 올랐는데 거래가 거의 없다 보니 시세보다 낮춰 계약해도 신고가가 된다"고 말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 개발 등 교통 호재가 많은 노원구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 전용 139.08㎡는 지난 15일 13억5천만원(11층)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가(12억8천만원) 대비 7천만원 뛴 것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경인여대 서진형 교수는 "최근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커진 상태에서 대출 규제·금리 인상 등 잇단 악재로 인해 매수·매도자간 힘겨루기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서로 호가 격차가 커지면서 거래 절벽에 따른 신고가도, 신저가도 동시에 나오는 혼돈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내년에는 공급부족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고, 또 3기 신도시 토지보상자금 등 풍부한 유동성으로 상승 요인이 유지되는 측면도 있다"며 "상승·하락 변수가 혼재된 상황이라 당분간 매도-매수자 간 눈치보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sms@yna.co.kr,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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