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천조원 투자…경제력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영국 본국과 옛 영제국 내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로 구성된 연방체 영연방에서 중국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입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7일(현지시간) '중국의 막대한 자금은 어떻게 영연방을 사들이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중국이 막대한 자금 투자로 영향력을 키우는 현실을 조명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영국에서 독립한 지 55주년이 되는 오는 30일 공화국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초대 대통령으로는 현재 영국 여왕의 대리인인 샌드라 메이슨 총독이 선임됐다.
텔레그래프는 사실 바베이도스는 이미 다른 영연방 회원국들처럼 영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갔으며, 중국이라는 또 다른 국제 파트너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영국에 여왕이 있을지 모르지만 중국은 현금을 갖고 있다"며 최근 몇년간 중국은 바베이도스 경제에 5억 파운드(약 8천억원)를 쏟아부었다고 보도했다.
바베이도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바베이도스 도로, 주택, 하수구 등의 시설은 미국도 영국도 아닌 중국의 자금력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자메이카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메이카는 바베이도스에 이어 공화국으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연방 국가다. 또한 카리브해에서 중국 자금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GDP 164억 파운드(약 26조원)인 자메이카 경제에 투입된 중국 투자는 26억 파운드(약 4조원)에 달한다.
미국 기업연구소(AEI) 집계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중국은 42개 영연방 국가에 총 6천850억파운드(약 1천91조원)를 투자했다.
이를 계산해보면 영연방 국가에서 GDP 대비 중국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비회원국보다 3배 높은 수준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전략 중 하나로 영연방국가와의 무역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훨씬 앞섰다는 점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민간 부문과 서방 동맹국이 영연방 회원국에 투자하도록 장려함으로써 2025년까지 영연방국가에 매년 최대 80억 파운드(13조원)의 투자를 제공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놉시스 프로젝트의 선임 연구원 디디 키어스틴 타틀로우는 "우리는 수십년간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며 "근본적으로 중국 공산당이 무엇이고 무얼 원하는지 잘못 알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경제적 힘은 정치적 영향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유엔 회원국 53개국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중엔 영연방 왕국 16개 중 파푸아뉴기니, 앤티가 바부다가 포함됐다. 이들 나라는 각각 GDP의 21%와 60%를 중국에서 투자받았다.
외교 싱크탱크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의 앨런 멘도사 상임이사는 중국이 영연방을 '약하다'고 보기 때문에 표적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국제적으로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다해 영연방과 다른 곳의 반중 결의안을 막고자 한다"며 "이는 매우 영리한 조치이고 우리는 도전의 범위를 제대로 알지 못해 늦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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