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발레단 '호두까기인형' 금지…"중국·동양 인종차별 요소"

입력 2021-11-28 15:44  

베를린발레단 '호두까기인형' 금지…"중국·동양 인종차별 요소"
내부조사 결과…과장된 무용·피부 노랑칠 지적
세계 주요 무용단에 '안무·분장 바로잡자'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독일 베를린 슈타츠발레단이 인종차별 가능성을 이유로 고전발레 명작 '호두까기인형'을 오는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발레단의 예술감독 대행인 크리스티나 테오발트는 해당 공연에 포함된 중국, 동양 무용에 인종적 고정관념을 지닌 요소가 있다며 발레단의 결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는 발레단이 구시대적이고 차별적인 공연 관행을 점검하겠다며 지난해 말 시작한 내부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그간 발레단은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고전 발레 공연들이 현대 기준에서 문제 소지가 없는지를 논의해왔다.
해당 결정 이후 현지 언론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이어졌다.
보수성향 신문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그런 이유로 공연하지 않는 것은 오만하다"며 고정관념 주입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모든 중국인이 프티파의 발레 버전에 나타난 것처럼 곡예가거나 기교가인 것은 아니다"라며 "재단사, 개구리, 하인, 왕 등 동화에서 모든 이는 항상 다르다"고 지적했다.
반면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작품이 만들어진 문화·역사적 맥락과 더불어 오늘날 어떤 요소가 문제 소지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테오발트의 주장이 옳다며 발레단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결정은 앞서 슈타츠발레단이 인종차별 논란에 한 차례 휩싸인 이후 나왔다.
2018년 첫 흑인 무용가로 입단한 클로에 로페스-고메스가 지난 1월 발레단에서 피부색을 지적받거나 하얀색 화장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등 인종차별 사례들을 폭로한 것이다. 또 발레단과 계약이 끝나는 7월 이후로 연장 계약안을 제시받지 못했다.
이에 고메스는 법적 조치에 들어갔고, 지난 4월 발레단은 계약 1년 연장 협의와 함께 고메스에 1만6천유로(약 2천160만원) 합의금을 지급했다.
한편 '호두까기인형'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꼽히는 차이콥스키의 3대 고전 발레로 1892년 프랑스 출신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탄생시킨 버전이다. 극중 배경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선보이면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이 원작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아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은 주인공 마리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나쁜 생쥐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극중 중국 무용 파트에서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과장된 무용을 선보이거나 노란색 피부색으로 분장하는 등 인종차별적 요소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일각에서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전 세계 발레단에서는 달라진 의식 흐름에 발맞춰 공연을 검토하거나 수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타게스슈피겔은 파리 발레단이 극중 피부색 분장을 폐지했으며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지에서도 고전 작품을 반인종주의와 다양성을 기준을 두고 오래 검토해왔다고 전했다.
이달 스코틀랜드 발레단도 반인종주의 흐름에 맞춰 극중 중국인과 아랍인의 무용과 분장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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