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왕자'·'홍의주교'…로마가톨릭 추기경은 누구

입력 2022-05-29 20:29   수정 2022-05-30 03:27

'교회의 왕자'·'홍의주교'…로마가톨릭 추기경은 누구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70) 라자로 대주교에게 부여된 추기경(Cardinal·樞機卿)이라는 직급은 원래 '문지도리'·'중심'·'요충지'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카르도(Cardo)에서 유래했다.
문을 여닫을 때 없어서는 안 될 돌쩌귀나 문장부처럼 교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성직자라는 의미다.
이를 한자로 번역한 추기경이라는 용어 역시 '중추가 되는 기관(樞機)의 고위직(卿)' 정도로 풀어쓸 수 있다.
과거 왕자를 의미하는 붉은 제복을 착용한 것에 빗대어 '교회의 왕자', '홍의 주교'(紅衣主敎)라고도 한다.
가톨릭사 자료에 따르면 추기경이라는 호칭은 5세기 때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 로마의 25개 주요 성당을 추기성당(樞機聖堂)으로, 그 수석 사제를 추기경이라고 각각 불렀다.
8세기부터는 교황을 보좌하던 로마 인근 7개 교구 주교들에게 추기경이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이들은 교황의 예식 집전을 보좌하거나 교황을 대리해 직접 예식을 집례했다.
추기경이 다른 성직자보다 월등히 높은 권위를 갖게 된 것은 1059년 교황 니콜라오 2세에 의해 교황 선출권이 주어지면서다.



가톨릭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가는 지위와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추기경은 '교황의 고문이자 협력자'로서 역할을 한다. 교회법(제349조)도 '보편교회의 일상 사목에서 교황을 도와드리고 보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제도화한 것이 추기경단과 추기경 회의다.
12세기 처음 구성된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며, 교황의 명에 의해 소집되는 추기경 회의는 교회의 중대사를 논의하고 대안 또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최고위 협의체다.
교황청 핵심 행정기구인 9개 성(省·Congregations) 장관을 포함한 고위 책임자가 대부분 추기경인 것도 이러한 고유의 역할과 무관치 않다.
추기경 규모는 시대별로 변천 과정을 겪었다.
13∼15세기까지는 통상 30명을 넘지 않았으나 해가 갈수록 그 수가 늘면서 1586년 교황 식스토 5세가 칙서를 통해 그 수를 70명으로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이 정원 규정은 20세기 중반까지 유지되다가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폐지됐고, 이후 추기경 수가 계속 늘어 현재는 215명에 달한다.
추기경은 기본적으로 종신직이다. 다만, 교구장 또는 교황청 보직을 갖고 있을 때 만 75세가 되면 교황에게 해당 직책의 사임을 청한다.
아울러 추기경으로서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만 80세 미만으로 제한된다. 대체로 그 수는 최대 120명으로 유지되는데, 염수정(78) 추기경과 유흥식 신임 추기경도 여기에 포함된다. 교황으로 선출되는 피선거권도 있다.



전 세계 모든 추기경은 출신 국가에 관계 없이 바티칸 시민권을 갖게 되며, 국제 의전상 최고 예우를 받는다.
교황청이 공개한 추기경 통계를 보면 전체 215명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수가 93명으로 가장 많고, 65명은 베네딕토 16세 때, 나머지 57명은 요한 바오로 2세 때 각각 서임됐다.
대륙별로는 유럽이 103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어 북미·아프리카 각 26명, 아시아 25명, 남미 21명, 중미 9명, 오세아니아 5명 등의 순이다.
국가 기준으로는 이탈리아 47명, 미국 15명, 스페인 13명, 독일 8명, 멕시코·브라질 각 7명, 프랑스·포르투갈 각 5명, 폴란드·캐나다·아르헨티나 각 4명 등으로 집계된다.
지역 안배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래 추기경 분포의 유럽 집중도가 옅어지고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 비중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 처음으로 추기경을 배출한 국가만 18개국에 달한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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