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공개…"일일보고서는 한 번도 안 읽어"
"CIA 공개 비난하면서 보고자엔 '유쾌하고 정중'"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정보기관들을 믿지 않아 당국자들이 보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고 미 CNN 방송이 최근 공개된 미국 중앙정보국(CIA)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약 40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정보기관들이 그에게 보고하던 '대통령 일일 정보브리핑'(PDB)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PDB는 미 정보당국이 매일 국제정세를 담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보고서로, 미국의 국가안보와 관련된 일급 첩보들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와 미 연방수사국(FBI), 국방정보국(DIA) 등은 역대 가장 크고 다양한 방식으로 14인 브리핑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정보당국의 PDB 자료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는 CIA를 믿지 않아 취임 후 몇 주까지도 CIA의 비밀 행동 프로그램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
보고서는 "정보당국은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의 이익과 위협에 관한 해외 상황에 익숙해지고, 정보 당국을 어떻게 이끌지 돕는 2가지 근본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며 그 목표를 온전하게 이루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CIA와의 갈등 때문에 정보당국을 의심하고 불안을 드러냈다고 기록했다.
당시 CIA는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운동본부장이던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을 해킹했다고 폭로, 트럼프와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정보당국과의 갈등에도 정보 보고를 위해 들어오는 보고자들에게는 '유쾌하고 정중하게' 대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에도 CIA를 공개적으로 맹비난했지만, 2016년 9월 2일 그의 두 번째 당선인 정보 보고에 참석한 정보당국 관계자에게는 "내가 말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안심시켰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주로 트럼프의 당선인 시절을 다루고 있지만 2020년 대선에서 패한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일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일주일에 두 차례 'PDB'를 받았고, 대선 이후에도 PDB는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초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이후로는 PDB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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