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학자, '위구르 법정' 제출 문건 소개
"중 지도부 입장과 연관…문화적 종족학살 의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실태를 폭로해온 독일 학자가 이 지역 위구르족 탄압과 중국 최고 지도부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미출간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30일 영국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학자 아드리안 젠츠는 최근 영국 런던 소재 민간 독립 재판소인 '위구르 법정'(Uyghur Tribunal)에 제출된 신장 지역 안보와 인구 통제 관련 11개 문건이 유출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건 중 일부에는 1급 기밀이라 적혀 있으며,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 차원에서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과 한족 간 인구 구성상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위구르족을 재교육·재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인구 비율과 인구 안보는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또 천취안궈(陳全國) 신장 당서기는 "검거해야 할 사람은 모두 검거해야 한다"고 하는 한편 이 지역의 직업 재교육 시설은 "장기적으로 확고히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다른 극비문서에는 2022년까지 30만 명을 신장 남부로 이주시켜 한족 비율을 늘린다는 내용도 있으며, 2016년 강제 수용 등을 앞두고 신장 지역 관리들이 시 주석의 연설을 집중 학습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 문건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14년 17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윈난성 쿤밍(昆明) 테러 이후 행한 연설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위해 안정된 국내 안보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장 상황이 통제되지 않으면 중국의 국가 안보와 21세기 주요 목표 달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종교적 극단주의자에 대해 "눈 깜짝하지 않고 살상할 수 있는 악마", 종교적 극단주의에 대해 "강력한 환각제"라고 말하면서 교육을 통한 개혁을 촉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젠츠는 "재교육 시설에서의 강제수용, 강제적인 노동력 이동 등 2014년 중국 지도부의 요구와 이후 신장에서 발생한 상황의 여러 연관성을 보여주는 만큼 중요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공산당의 집권을 지키려는 목적에 따라 문화적 종족학살을 하려는 공산당 지도부의 장기적 의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측은 젠츠가 '강제노동' 등 신장 관련 가짜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해왔으며, 지난 3월 중국 기업체 등은 젠츠를 중국 법원에 고소한 바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젠츠가 악명높은 반(反)중국 인사이자 극우 근본주의 기독교도라고 비난했고, 정쩌광(鄭澤光) 영국 주재 중국 대사는 위구르 법정에 대해 "중국을 음해하는 정치 도구", "반중 세력의 거짓 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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