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아시아나 유동성 '경고등'

입력 2021-11-30 17:35  

늦어지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아시아나 유동성 '경고등'
아시아나 흑자에도 재무구조 악화…3분기 다시 자본잠식
공정위 심사 결과 내년에 나올 듯…주요국 심사도 '제자리'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결합 승인이 올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화물 사업을 바탕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3분기 자본총계는 3천292억원, 자본금은 3천720억원이다. 자본잠식률은 11%대다.
지난해 1분기 자본총계가 709억원까지 감소하며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은 영구채 발행으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3분기 다시 자본잠식률이 50%까지 오르며 자본잠식에 빠졌었다.
지난해 말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잠식에서 탈출했지만, 올해 3분기 다시 자본잠식에 빠지며 유동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수 자금 1조원을 받았지만,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한 모습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천343.80%에서 올해 3분기 3천668.34%로 치솟았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부채는 5조835억원으로 유동자산 1조8천693억원을 넘어섰다. 단기차입금 2조5천560억원을 포함해 1년내 상환해야 할 부채도 3조원가량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 상승에 대해 국세청이 2015~2017년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세금 1천69억원이 법인세 비용으로 반영되면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천4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금융 이자 비용으로만 2천415억원을 지출해 이자 갚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영구채 배당금까지 포함하면 실질 이자 비용이 3천92억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를 갚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일시적으로 화물로 영업이익을 냈지만,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의 등장과 국내 코로나19 재확산도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더 커지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지만, 대한항공과의 통합을 위한 필수 절차인 한국과 주요국의 기업결합심사는 여전히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주요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승인돼야 아시아나항공은 예정된 인수 잔금 8천억원을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
한국 공정위는 연내 심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전원위원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전원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에야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현재 국토교통부와 통합 이후 발생할 독점을 방지할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한항공의 운수권이나 공항 슬롯(공항 이착륙 능력)을 회수해 저비용항공사(LCC)에 재분배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통합항공사의 경쟁력 훼손과 인력 구조조정 우려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는 제조업과 다른 항공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제조업 기업 결합 심사 때 시장 점유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독과점을 방지하지만, 외항사가 존재하는 항공업의 경우 국내 점유율만으로 독점을 판단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해외 기업결합심사도 주요국인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일본에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해외 경쟁당국은 한국 공정위의 심사가 지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합이 시급한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현재 EU는 본심사에 착수하지 않았고, 일본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통합은 국가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며 "통합을 위해 과도한 조건을 내건다면 기업결합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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