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비과세기준 상향에 "바람직"vs"오락가락"…잔금지급 연기 속출

입력 2021-11-30 18:08  

양도세 비과세기준 상향에 "바람직"vs"오락가락"…잔금지급 연기 속출
법 시행되면 양도세 절반으로 주는 사례도…거래에 일부 숨통 트일수도
與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검토'에 촉각…"1년이상 해야 효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30일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주택시장에서는 "1주택자의 세부담이 줄게 됐다"며 반색하는 반응과 종잡을 수 없는 정부 정책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전문가들은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당장 매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가 가격 안정에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비과세 기준 상향 바람직…시장 영향은 적어"…서울 1주택자 수혜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일단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한 것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경인여대 서진형 교수는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집값이 급등한 것을 고려할 때 12억원으로 상향한 것은 타당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KB국민은행 조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월 현재 12억3천729만원에 달해 시장에서는 양도세 기준 상향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집값 상승에 따른 조세반발이 일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양도세 기준 상향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주로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과 일부 수도권 1주택자로 꼽힌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전국 거래의 90% 이상은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여서 서울 등 고가주택 밀집지인 특정지역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며 "올해 서울 아파트는 40% 정도가 9억원 초과 거래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높아졌다고 해서 매물 증가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양도세가 낮아졌다고 현재 대부분 거주중인 1주택자들의 주택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다만 양도세 비과세를 활용해 갈아타기를 하려는 1주택자들이 움직이면서 거래에 일부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진형 교수는 "1가구 1주택자 비과세 기준이 12억원으로 높아짐에 따라 9억원에서 12억원 사이 주택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집값이 12억원에 수렴하는 키맞추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양도세 감면 폭이 넓어진 만큼 고가주택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 전문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가 효과적"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여당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전문가들은 보유세가 급등한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퇴로'를 열어주는 취지로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여당은 그때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감면은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했다.
그러다 돌연 정책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겨냥한 일시적인 민심잡기'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로 인한 매물 증가와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2019년 말에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를 10년 보유 주택에 한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좀 더 긴 기간을 두고 대상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현재 임대차 기간이 재계약을 포함해 4년으로 늘었다고 봐야 하는데 6개월 한시 완화로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대신 양도세 중과 완화 혜택을 받고 판 다주택자는 새로 주택을 살 때 취득세를 중과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대중 교수는 "이번에 종부세가 크게 뛰면서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많다"며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도록 1년 정도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없애면 매물이 늘면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잔금날짜 미루자" 연기 움직임 속출…'오락가락' 정책 분통
이번 소득세 개정안이 다음달 하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9억 초과∼12억 이하 주택을 매도한 1주택자들은 양도세 부담이 사라진다. 12억원 초과 고가주택 거래자도 양도세 부담이 줄어든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32년 전 3천만원에 취득해 16억원에 집을 매도하는 1주택자 A씨(거주사실 없음)의 경우 현재는 1억8천25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양도세가 9천246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
또 10년 전 10억원에 취득한 주택을 2년 거주 뒤 25억원에 매도하는 B씨는 현행 기준 양도세가 1억9천60만원인데 앞으로는 1억4천942만원으로 4천100만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앞서 주택을 매도한 1주택자들은 마지막 잔금 지급일을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로 연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세무사는 "고가주택 매도자는 1주택자라도 기준 상향 전후의 세금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매도자들이) 매수자에 일부 잔금 지연에 따른 이자를 줘서라도 잔금 지급 날짜를 미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보유 주택을 매각해 12월 초 잔금 지급 날짜가 잡힌 C씨도 다음달 말로 연기하는 방안을 매수인과 협의 중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다음달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9억원 초과 거래는 거래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의 오락가락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앞서 최근 집을 매도하고 지난달에 잔금까지 치른 한 1주택자는 "12억원 상향 논의가 물 건너가는 듯해서 고민하다 집을 팔았는데 이제 와서 기준을 높여주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국회의 변덕에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sms@yna.co.kr,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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