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의 에디슨모터스 직격 비판에 난관 빠진 쌍용차 인수

입력 2021-11-30 18:24   수정 2021-12-01 08:20

산은의 에디슨모터스 직격 비판에 난관 빠진 쌍용차 인수
산은회장 "대출없는 인수가 바람직", 에디슨 대표 "노코멘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최평천 기자 =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난관에 부딪혔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003620] 인수를 위한 정밀실사가 마무리된 30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쌍용차 회생 계획과 대출 여부에 대해 매우 부정적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가장 큰 지원군이 돼야 할 산업은행이 등을 돌린 모양새여서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과정에 부정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은 마침 에디슨모터스의 요청으로 1주일 연장된 쌍용차 인수를 위한 정밀실사 기간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정상화에 대한 섣부른 예단이 얼마나 많은 비효율과 위험을 야기하고, 성장 정체를 낳는지 잘 알고 있다"며 "사업 타당성 점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장밋빛 미래를 주장하며 정책지원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은 기업 생존 가능성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가리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의 강영권 회장은 회생 계획의 핵심으로 '전기차 전환'을 내놓으며 쌍용차를 매출 10조원의 순이익이 나는 회사로 변모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러한 계획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은 전기차 전환 계획에 계속해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보다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완성차들도 전사적 역량을 투입해 전기차 분야를 개척하고 있고,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한계 상황부터 개척해야 하는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는 솔직히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도 에디슨모터스가 500억원으로 차량 개발이 가능하고, 내년 10종을 출시할 수 있다고 했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계획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해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의 검증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쌍용차 인수 작업이 주채권은행과의 협의 없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자산을 담보로 7천억∼8천억원의 대출을 바라면서도 산업은행의 지원이 불가능하다면 시중은행을 이용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겨냥했다.
이 회장은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발전전략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산업은행은 그 전략을 받은 바 없고, 언론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고 있다. 또 자금지원 요청도 없었다"며 "강 대표 인터뷰처럼 산업은행 대출 없이 쌍용차 인수 운영자금 마련이 가능하다면 그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반면 에디슨모터스는 이러한 산업은행의 태도에도 쌍용차 인수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에디슨모터스 대표인 강영권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인수) 못한다고 하면 팔지 말든가, 회생절차를 가든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은행 대출을 받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취지의 이동걸 회장의 발언에 대해선 "그런 부분에 대해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날 마무리된 정밀실사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조정되는 사안이 아니라서 머리가 아프긴 하다"고 했다.
쌍용차 인수 절차가 여러 이유로 지연되는 가운데 이처럼 산업은행과 에디슨모터스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매각 과정이 더욱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에디슨모터스가 자금력과 기술력 부족에도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해 쌍용차를 더 큰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우려 속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과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종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선 산업은행과 대립하기보단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섯 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국내 기업의 품에 안기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쌍용차의 회생 지원에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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