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생방송 도중 여성 리포터의 엉덩이를 때린 이탈리아 남성 축구 팬이 3년간 스포츠 관람 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영국 BBC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 리그 '세리에 A' 경기에서 엠폴리가 피오렌티나를 2대 1로 이긴 뒤 일어났다.
경기는 엠폴리 홈구장인 스타디오 카를로 카스텔라니에서 열렸고, 문제의 남성은 패배한 피오렌티나 팬이었다.
당시 토스카나TV의 리포터 그레타 베카글리아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방송하다 봉변을 당했다.
TV 화면에는 이 남성이 팔을 들어 그녀의 엉덩이를 향해 내리치는 장면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베카글리아가 관람객이 경기장 밖으로 몰려나오는 장면을 배경으로 "이러면 안 됩니다. 그만 하세요"라고 말하는 음성도 들렸다.
이 사건은 즉각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문제를 일으킨 남성의 이름은 안드레아 세라니로 알려졌으며, 현재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베카글리아는 이 남성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피렌체 경찰 당국은 그가 앞으로 3년 동안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장소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세라니는 이탈리아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음을 인정하고 베카글리아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행동이 여성에 대한 성차별로 나온 것이 아니며, 단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진 데 대해 화를 내는 제스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베카글리아는 코리에레 델라 세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잘못한 게 없단 말이냐"며 황당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녀는 또 이탈리아에서 여성들이 더 잘 보호받도록 하기 위해 이번 사건이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스카나TV는 베카글리아가 법적 조치를 취한 이상 그녀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나고 몇 분 뒤 TV 앵커 기오르기오 미첼레티가 베카글리아에게 "화내지 말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일었다.
토스카나TV 측은 미첼레티가 능숙하게 사건의 흐름을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카글리아는 또 화면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그 순간 다른 남성이 자신의 몸을 만지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사건이 일어난 날은 공교롭게도 이탈리아 축구 톱 리그 선수들이 여성을 향한 폭력을 규탄하는 캠페인을 벌인 날이었다. 캠페인에 참가한 선수들은 성추행 피해 여성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얼굴에 붉은 표식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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