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들고 카메라 응시…코로나 자원봉사 의료지식으로 시민군·피란민 도와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쿠데타 발발 10개월이 지난 미얀마에서 여성 간호병 9명이 한꺼번에 체포돼 여성들의 반군부 투쟁이 주목을 받고 있다.
2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북부 친주 깔레에서 미얀마군이 민간 무장세력인 시민방위군(PDF) 부대를 습격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간호병 9명이 붙잡혔다.
깔레 PDF에 따르면 이들은 정식으로 간호사 교육을 받은 이들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시기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의료진 어깨 너머로 의료지식을 배웠다.
이후 이를 좀 더 의미 있는 일에 쓰고자 PDF에 합류했고, 미얀마군에 다친 PDF 대원들이나 군부 공격을 피해 집을 떠난 피란민들을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잡힌 뒤 군부는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사진을 찍어 SNS에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에게 반군부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고개를 꼿꼿이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결연한 모습을 보인 것이 오히려 SNS에서 화제가 됐다.
이라와디도 SNS에서 공유된 사진 속에 보이는 9명의 얼굴에 나타난 용감한 표정은 어떤 결과와도 마주하겠다는 강철같은 결의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후 깔레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 중 한 명인 데이지 반랄로니(25)는 소수 미조 족(族) 출신으로 가수로 활동하다가 PDF에 참여했고, 아이들에게는 교회에서 영어도 가르쳤다고 깔레 PDF 관계자는 전했다.
그녀의 오빠는 매체에 "가족으로서 동생이 체포된 것이 슬프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데이지가 국가를 위해 싸운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미얀마군의 습격 과정에서 9명의 동료인 간호병 한 명도 숨졌다.
동료들 사이에서 간호사 쎄야마(선생님이라는 존칭의 뜻)라고 불렸던 친 친은 23살 생일을 맞은 지 사흘 만에 목숨을 잃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친 친의 아버지는 "두 달 전 전화를 했을 때 엄마가 돌아오라고 했지만, 병자와 부상자를 돌봐야 해 그럴 수 없다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2월 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여성들은 시민불복종 운동(CDM)은 물론 거리 시위 등에 참여하는 등 반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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