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사건 당시 증언·동영상·사진 분석…"시위대 일부러 좁은 지역으로 몰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부 쿠데타 한 달여 뒤인 지난 3월 양곤 외곽에서 시위대 및 시민 수 십 명이 숨진 참사는 군경이 의도적으로 시위대를 한 곳에 몰아넣은 뒤 발포한 데 따른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일 펴낸 보고서에서 3월 14일 양곤 외곽 흘라잉따야에서 반군부 시위가 벌어지자, 군경이 의도적으로 시위자들을 좁은 지역으로 몰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HRW는 당시 현장 목격자 6명을 인터뷰하고, 당일 찍힌 영상 13편을 확인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올라온 사진 31장을 조사한 뒤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HRW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당시 군경은 시위대를 흘라잉따야 동쪽과 서쪽에서 한쪽으로 몰았다고 증언했다.
인력과 차량으로 만든 저지선을 이용해 시위자들을 좁은 지역으로 몰고 가는 '케틀링'(kettling)이라는 전술을 사용했다고 HRW는 설명했다.
이어 군경은 아무런 '경고' 없이 군경이 총기를 발포했다고 목격자 중 5명이 증언했다.
또 다른 동영상은 군경이 자신들의 목숨에 위협이 가해진 상황이 아님에도 시위대를 살해하거나 불구를 만들기 위해 발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HRW는 밝혔다.
한 동영상에는 흘라잉따야와 양곤 시내를 가르는 다리 근처에 주둔하던 군경이 시위대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언제, 누구를 쏠 것인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어 두 명의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돌격용 자동 소총을 겨누자 카메라 밖의 누군가가 "그냥 머리를 쏴버려"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고 HRW는 전했다.
이 '누군가'는 총성이 울리는 상황에서 "쏴,쏴,쏴"라고 외쳤다고 HRW는 설명했다.
목격자들 모두는 또 다친 이를 도우려던 이들에게까지 군경이 총을 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HRW의 미얀마 연구자인 매니 마웅은 "이번 사건은 시위진압 작전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돼 생긴 것이 아니다"라며 "시위대에 대한 계획된 공격이라는 전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월1일 쿠데타 이후 군경의 폭력에 목숨을 잃은 이는 전날 현재 1천300명으로 집계됐다.
미얀마 군부는 문민정부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면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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