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아베 가문과 같은 왕조 있어" 정당화
반대파 지도자, 북한 거론하며 "캄보디아는 훈센 일가의 소유물 아냐"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캄보디아를 36년간 통치해온 훈센(69) 캄보디아 총리가 자신의 후임으로 장남인 훈 마넷(44)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사실상의 권력세습 선언을 했다.
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전날 시아누크빌에서 연설을 통해 "아들이 후임 총리가 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이는 선거를 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아베 가문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했다.
훈센 총리는 "일본도 아베 신조 전 총리 가문과 같은 '왕조'가 있다"면서 "그의 외조부는 총리를, 부친은 외무상을 지냈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훈 마넷은 현재 캄보디아군 부사령관 및 합참 의장을 맡고 있다.
또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앞서 그는 지난 2018년 12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훈센이 장남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앞서 훈센은 지난해 6월 캄보디아인민당이 한세기 동안 집권할 것이라고 말해 강력한 권력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훈센은 1985년 총리를 맡은 뒤 36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하고 있다.
지난 1993년 5월 총선에서는 시아누크 국왕의 아들인 라나리드가 이끄는 왕당파 정당인 푼신펙(FUNCINPEC)에 패해 연정을 구성하고 제2 총리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1998년 총선에서 훈센은 캄보디아인민당을 이끌고 승리해 다시 전권을 쥐었다.
캄보디아인민당은 1979년부터 집권해왔다.
지난 2017년 11월에는 전체 의석 125석 가운데 55석을 가진 제1 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반역 혐의를 적용해 강제 해산했다.
이어 다음해 총선에서는 전체 의석 125석을 싹쓸이하면서 사실상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이 때문에 훈센은 서방 세계 및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한편 캄보디아구국당의 전 지도자 삼 랭시는 훈센의 이번 발언과 관련해 북한까지 거론하면서 강하게 비난했다.
현재 프랑스에 망명중인 그는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에서 "캄보디아는 훈센 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며 북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결정은 향후 권좌에서 물러날 때에 대비해 아들이 자신을 보호하도록 하기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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