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치명률 낮을 수 있다는 추정도 있지만 판단 섣불러"
"코로나가 옷만 바꿔입은 것…고위험군에 치명적"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계승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파력이 크다는 점을 무엇보다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변이가 거듭될수록 치명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적어도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는 여전히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세다.
◇ 전파력 커졌으리라는 추측엔 대체로 동의…"백신 효과 다소 떨어질 수도"
3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외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새롭게 등장한 만큼 '아직 어떤 것도 확실한 게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전파력이 크고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개연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32개 변이가 있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변이를 지난달 26일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로 지정하면서 현재 통용되는 이름을 붙였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다는 게 명확한 사실"이라면서도 "남아공 등에서는 이미 델타를 밀어내고 우세종이 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대부분의 감염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아 전파력이 상당히 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기존 변이보다) 2∼3배 강한 것 같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오미크론 변이는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델타 변이의 2배인 32개나 된다는 점에서 기존 백신이 효과를 내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최 교수는 "대부분의 과학자는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100%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다소 떨어질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할 정도로 사례가 축적된 건 아니"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전염병연구소(NICD) 등이 오미크론의 재감염 위험이 기존 델타·베타 변이의 3배에 이른다고 보고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NICD 등은 남아공 데이터에 근거해 "오미크론 변이가 이전 감염으로 형성된 면역을 회피할 능력이 있다는 역학적 증거가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코로나19 재감염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규 감염보다 재감염이 증가하는 것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이전 감염으로 인한 자연 면역을 회피할 능력을 갖췄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 '크리스마스 선물 vs 크리스마스 악몽'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을 오히려 낙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없지는 않다.
호흡기 바이러스의 흔한 진화 양상을 볼 때, 바이러스가 생존에 최적화하는 변이를 거듭하면서 전파력은 높아지더라도 치명률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독일의 공중보건 전문가이며 사회민주당(SPD) 소속 연방하원의원인 카를 라우터바흐 쾰른대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을 앞당길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소개했다.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발견한 남아공의 의사들도 오미크론 변이가 이전 변이들과 달리 두통이나 피로와 같은 가벼운 증상만 야기했고 단 한 명도 입원 치료를 받거나 사망하지 않았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 국내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확진자도 무증상이거나 경증 상태다. 3일 기준 국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5명 중 4명이 무증상이었고, 나머지 1명도 미열 정도의 가벼운 증상을 보였다.
다만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해 대규모 감염을 일으킬 경우 환자 수가 많아져 전체 의료체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세하다.
마 부회장은 "증상이 가볍게 지나간다고도 하지만 이건 젊은 사람들 얘기"라며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자체가 40대 이하에게서는 가볍게 지나가는 반면 고령자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특성이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가 옷만 바꿔입은 것이므로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알려진 지 열흘 남짓한 상황에서 전파력과 치명도 등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최 교수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전파력은 높아지고 치명률은 낮아지는 쪽으로 진화하는 게 큰 틀에서는 맞는 얘기지만, 코로나19 역시 이러한 과정을 밟을지는 알 수 없다"며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설령 치명률이 낮아지더라도 대규모 감염이 벌어진다면 고령자 사망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는 고령자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고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될 수 있다"며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의료체계에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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