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가 107일간의 봉쇄가 끝난 3일 활기를 되찾았다. 술집은 '공짜 음료' 안내문과 함께 문을 활짝 열었고, 남부 고속도로 4개 차선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으로 다시 가득 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지난달 하순 도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교통신호형 경보 체제에 따라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일부 제재만 남긴 채 봉쇄조치 대부분이 해제됐다고 전했다.
교통신호형 경보에서는 예방 접종률과 건강체계에 미치는 부담에 따라 빨강·오렌지·초록 신호가 발령되며, 신호는 봉쇄령 없이 전국 20개 지역 보건위원회별로 적용된다.
하지만 모임과 이동이 제한되는 가장 높은 경보인 적색 신호에서도 상업시설들은 모임 규모만 일부 제한할 뿐 백신 접종 완료자들에게는 전면 개방된다.
교통신호형 경보체계가 처음 적용된 이 날 0시부터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 주민들이 107일 만에 처음으로 가족과 친구를 집으로 초대할 수 있게 됐다. 체육관에 갈 계획을 세우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것도 가능해졌다.
필 고프 오클랜드 시장은 "오늘은 축하하고 즐기는 날"이라고 선언했다.
오클랜드 주민 매티 맥린씨는 트위터에서 "오늘 오클랜드에는 정말 묘하고 이상하고 전율이 느껴지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며 "학교로 돌아온 첫날처럼 그냥 가서 카페에 가서 앉았는데, 그렇게 간단한 게 이렇게 신나는 일이었네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 완료자들의 일상 회복이 시작된 이 날은 백신 미접종자들에겐 갑자기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을 나누는 선이 더욱 뚜렷해진 날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뉴질랜드 보건부에 따르면 1일 현재 백신 접종 대상인 12세 이상 인구의 접종 완료율은 86%이고,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93%에 달한다. 하지만 마오리족은 이보다 접종률이 낮아 접종 완료율은 69%, 1차 접종률은 83%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그랜드 로버트슨 부총리는 높은 접종률을 언급하면서 "전체 국민의 90% 이상이 어떤 것에 동의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성과"라며 뉴질랜드가 (접종완료자와 미접종자로) 분열됐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가디언은 교통신호형 경보체계가 시작된 이 날이 뉴질랜드의 일차적인 공중보건 전략이 봉쇄에서 백신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완화하는 새로운 경보체계가 코로나19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으나, 뉴질랜드 정부는 이날 신규 확진자가 92명으로 지난 10월 이후 처음 100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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