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국 로켓 잔해 피하려 ISS 궤도 수정"
미 "러시아 위성요격 파편으로 ISS 임무 수행 위험해져"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가 지구 밖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갑자기 인공위성 요격 실험을 벌이자 미국이 신경질적인 반응과 함께 우주파편 문제를 지적했는데, 러시아도 이에 질세라 미국이 만든 파편을 거론하며 응수했다.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양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 싸움이 지구 밖 우주로까지 뻗어나간 모양새다.
CNN방송과 로이터,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3일(현지시간) 1994년 발사된 미국 로켓 페가수스 잔해가 ISS에 접근해 충돌을 피하고자 일시적으로 ISS 비행 궤도를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ISS 회피 기동을 위해 도킹 중인 러시아 우주 화물선 프로그레스 MS-18의 엔진을 161초 동안 가동했다. 이를 통해 ISS의 궤도 높이를 310m 정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측은 페가수스 로켓 파편이 ISS에 5.4㎞까지 근접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번 ISS 궤도 조정이 8일 예정된 '소유스 MS-20' 로켓 발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폐기된 발사체나 우주비행선 부품 등으로 구성된 잔해물은 우주 공간을 떠도는 까닭에 위성이나 ISS 등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의 발표는 공교롭게도 미국이 러시아의 인공위성 요격 시험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위성 파편의 위험성을 언급한 직후에 이뤄졌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는 위성요격 시험을 사전 통보 없이 단행했다.
이에 미국은 "앞으로 수년 동안 우주 활동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위성 파괴로 1천500여 조각의 우주 파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러시아의 위성 요격 시험 후 2주가 지난 지난달 30일 ISS로 접근한 우주 잔해물을 이유로 우주비행사 2명의 외부 유영 임무를 연기했다.
이들은 20년 이상 된 고장 난 ISS 무선 통신 안테나를 새 예비부품으로 교체할 계획이었다.
NASA는 우주 유영 연기를 초래한 우주 잔해물이 러시아의 위성요격 시험과 관련 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위성 파괴로 발생한 잔해물이 흩어진 상황이지만 남아있는 파편이 우주 정거장 전체에 계속해서 위험을 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미사일 시험 이전과 비교해 우주비행사들의 우주복이 (파편에) 뚫릴 위험이 7%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임무가 연기됐던 NASA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은 지난 2일 6시간 30분 동안 우주 유영을 하며 ISS 안테나 교체를 완료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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