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전문 TV·라디오 프로 '엑사 K팝' 진행하는 '오빠 김' 로차
"K팝, 앞으로 훨씬 더 성장할 것…진지한 하나의 장르로 여겨지길"
[※ 편집자 주 : '비바라비다'(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안녕하세요! 비엔베니도스(Bienvenidos·스페인어로 '어서 오세요')"
경쾌한 한국어와 스페인어 인사로 문을 여는 이 프로그램은 멕시코의 K팝 전문 프로그램 '엑사(EXA) K팝'이다.
멕시코 방송사 MVS의 자회사 엑사 TV와 엑사 FM 등을 통해 멕시코시티와 멕시코주 등 멕시코 곳곳은 물론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다른 나라에서도 K팝 팬들을 만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의 MVS 스튜디오에 만난 진행자 '오빠 김'(본명 라파엘 로차·30)은 "우리 프로가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처음엔 생각지도 못 했다"고 말했다.
현재 멕시코 유일의 K팝 전문 프로그램이라는 엑사 K팝은 2018년 8월 케이블 음악 채널인 엑사 TV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난해엔 라디오 프로도 시작해 더 많은 이들을 찾아가고 있다.
엑사 TV에선 월∼금 30분씩, 재방송까지 하루 2차례 방송되며, 매주 토요일엔 공중파인 MVS에서 1시간 동안 나온다. 라디오로는 토·일 오후 1시간씩 전파를 탄다.
프로그램의 얼굴인 '오빠 김' 로차는 초창기부터 함께 했다.
다른 지역 라디오방송의 멕시코 음악 방송 진행자였던 그에게 엑사 TV에서 함께 K팝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동양적인 외모 때문에 어릴 때부터 '중국인', '일본인'과 같은 별명이 따라다녔어요. 그래서인지 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죠. 멕시코시티에 올라온 후 우연히 한국인 하우스메이트들을 만나면서 한국 문화와 관습 등을 가까이서 접하게 됐습니다."
방송 시작과 함께 만든 '오빠 김'이라는 익살스러운 예명은 지금은 한국에서 한류 온라인 매체를 운영하는 친구의 아이디어였다. 한국 남자들에게 자신을 오빠 김으로 소개하면 "절대 오빠라고 부르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로차는 웃었다.
방송을 3년 넘게 진행하면서 그는 K팝 전문가가 다 됐다.
"K팝과 한국문화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게 됐어요. 대중문화를 얘기하려면 한국의 정치·사회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니 한국 뉴스도 찾아봅니다."
처음엔 로차가 작가부터 진행자까지 도맡았다. 몇 개월 후 작가로 합류했던 야밀레 산도발(25)이 지금은 PD를 맡고 있는데 지금도 사실상 로차가 지휘봉을 쥐고 있다고 산도발은 말한다.
방탄소년단(BTS)과 B.A.P의 팬인 산도발과 던, 태민, 카이를 특히 좋아한다는 로차 '콤비'가 만드는 엑사 K팝은 다양한 뮤지션들의 노래와 뒷이야기까지를 폭넓게 다룬다.
멕시코 안팎의 K팝 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열띤 관심을 보이고, 라디오 프로의 경우 멕시코시티 전체 프로그램 중 청취율 2위라고 로차는 전했다.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인기에 대해 그는 "멕시코에서 K팝 방송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멀고도 다른 나라 한국의 문화가 멕시코와 중남미에서 이렇게 인기를 얻는 것은 왜일까.
"그 '다름'이 바로 한국문화의 매력입니다. 중남미 나라끼리는 문화적인 공통점이 많은데 한국은 언어부터 외모까지 매우 다르다는 점이 일단 흥미롭게 다가왔죠.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중남미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주목하게 됐고, K팝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힘을 확인했죠."
몇 년 전만 해도 서구 사회에서 K팝은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멕시코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의 K팝 팬층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K팝을 좋아한다고 하면 '오타쿠'로 여기고 뭔가 소심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지금은 바뀌어가는 과정입니다. 다만 아직도 하나의 장르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죠. K팝을 좋아한다고 하면 취향이라기보단 '그럴 나이'라서 그렇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청자·청취자들의 반응을 통해 K팝의 인기를 늘 체감하는 로차는 중남미에서 "K팝이 앞으로 엄청나게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가수들이 좀 더 중남미를 찾고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도발 PD도 "K팝의 인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로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중남미 내 K팝의 성장을 함께 하게 될 산도발은 아직 엑사 K팝이 방송되지 않는 멕시코 일부 지역을 포함해 중남미 전역으로 방송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했다.
로차의 목표는 더 크다.
"무엇보다 K팝이 더 진지한 장르로 받아들여지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오타쿠'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살면서 중남미 팬들을 위한 K팝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한국 아티스트들을 더 가깝게 접하면서 라티노의 시선으로 중남미에 전달해주는 '해석자' 역할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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