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여러 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두고 치열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이 5일(현지시간)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주요 논리를 정리했다.
백신 의무화 정책에 찬성하는 쪽은 무엇보다 백신이 '생명을 살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두법을 기반으로 한 백신으로 천연두를 종식하는 등 역사적 사례를 봐도 백신이 방역 성공의 보증수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예일대 의료사학과 제이슨 슈워츠 교수는 "높은 백신 접종률을 요구함으로써 개인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 직접적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며 "백신은 효과가 있다. 분명히 효과가 있다. 증거는 많다"고 강조했다.
백신 찬성파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의무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도 주장한다.
BBC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도 포르투갈은 접종률이 88%에 이르지만, 불가리아(26%), 우크라이나(27%), 러시아(39%), 루마니아(39%), 크로아티아(48%) 등은 접종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백신을 갖고만 있다.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찬성론자들은 또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만 코로나19가 불러온 반복적인 봉쇄에 따른 경제적 피해 등을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는 백신 의무화에는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의 고유한 신체의 자유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공공보건 연구소의 바기시 자인 박사는 "학계 등에서는 단순한 방역 정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몸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반대론자는 또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만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의 보건심리학자인 바바라 유엔은 "위험 평가상 백신 접종의 위험이 크지 않은데도 접종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걱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종 의무화가 예기치 못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고문인 디키 부디먼 박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선택의 여지 없는 접종 의무화가 백신을 둘러싼 '음모론' 신봉자들의 신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정책에 의한 반발심이 커지고, 극우 세력이 '백신 반대'를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우, 정부의 백신 정책 자체가 폐기될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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