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지정학적으로 얽혀 있는 양국 관계 반영
우크라의 나토 가입 견제·국제무대 집중 조명 수단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러시아군 집결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초 러시아가 병력 17만5천명을 이끌고 침공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전쟁 위협 신호'를 보내는 데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가깝고도 먼, 지정학적·역사적 관계가 얽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국가와 동맹을 강화하는 경우 러시아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친러시아 성향 대통령을 몰아낸 이후 서방 국가·기구 등에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9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헌법에 명시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측에 나토 가입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반 티모페예프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RIAC) 프로그램 국장은 "나토 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것은 군사적인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나토가 발트해 지역 등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까지 그 영역을 확장한다면, 잠재적인 군사활동의 무대가 매우 커질 수 있다"며 "전선이 길어질수록 공격이 어디서 날아올지는 더 불확실해진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군사 위협은 결국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책과 나토의 '동진' 등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드러내는 강력한 신호라는 해석이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집중 조명을 받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최근 러시아가 미국 측에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글레브 파블로프스키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전세계의 강국으로 부활시키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야망을 실현할 장치"라며 "(군사적 긴장은) 미국과의 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푸틴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7일 화상 회의를 앞두고 있다.
그는 "푸틴은 글로벌 수준에 관심이 있지 국내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감정적인 이유도 작지 않다.
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국민 사이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소련 해체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분리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결국 '한 민족'인데 서방 국가에 빼앗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국가는 오랜 기간 역사·언어·문화를 공유해왔다. 한 가족이 두 나라에 흩어져 사는 경우도 많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는 러시아의 뿌리인 키예프 공국의 중심지였다.
러시아어 작가인 니콜라이 고골, 미하일 불가코프는 우크라이나 출신이고, 공산주의 혁명가 레프 트로츠키나 소련 지도자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등도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현재 군사적 긴장 상태가 실제로 대규모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충돌이 발생하면 혈연 등으로 얽혀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인명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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