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그리스 순방 마친 교황, 귀국 전용기 기자간담회서 언급
'크리스마스' 용어 금지했다 논란 EU엔 "시대착오적 세속주의" 비판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종교 간 화합을 위해 조만간 러시아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6일(현지시간) 키프로스·그리스 순방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키릴 총대주교와 만남을 고대한다"며 "다음 주 (러시아 정교회 측) 관계자가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자 (바티칸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서 만날지는 알 수 없다. 핀란드를 생각하고 있지만 확신하기 어렵다"며 "나는 언제든 가능하다. 러시아를 갈 준비도 돼 있다"고 부연했다.
교황은 "형제와 대화하고자 할 때 프로토콜(규칙) 같은 것은 없다. 형제는 형제"라며 "이는 어떤 규칙보다 앞선다"고 키릴 총대주교와 만남에 강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앞서 교황은 2016년 쿠바에서 키릴 총대주교와 얼굴을 마주한 바 있다. 이는 기독교가 로마 가톨릭교회와 동방 정교회로 갈라진 1054년 '대분열' 이후 첫 만남으로 기록됐다.
당시 두 지도자는 종교적 통합·단합을 향해 나아가기로 뜻을 모았으나 이후 눈에 띄는 진전은 없었다.
로마가톨릭교회 수장인 교황이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이 역시 대분열 이후 처음인 역사적 사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교황이 실제 러시아를 가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통상 교황이 특정 국가를 방문하려면 해당국 정부 수반과 종교기관의 초청장이 있어야 한다. 러시아를 가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식 초청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교황이 제삼국인 핀란드를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교회의 신자 수는 약 1억 명으로 동방 교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은 2일부터 4박 5일 일정의 이번 키프로스·그리스 순방 때도 현지 정교회 지도자들을 잇달아 만나 종교 간 화합을 다지는데 진력했다.
교황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최근 종교적 차별을 배제해야 한다는 이유로 '크리스마스'(Christmas) 등의 용어 사용 금지를 권고했다가 안팎의 비판에 철회한 해프닝도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교황은 나폴레옹·나치·공산당 등 역사상 많은 독재정권이 이를 시도했으나 한 번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일이라면서 "이는 유행에 뒤떨어진 시대착오적 세속주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EU가 "이념적 식민화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헬레나 달리 평등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0월 성별과 성적 정체성·인종·문화·종교 등에 기반해 특정인을 낙인찍거나 차별하지 않도록 용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자는 취지로 내부 직원들을 위한 32쪽 분량의 '포용적 소통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종교 부문에선 크리스마스를 휴일(Holidays)이라는 용어로 대체하고 특정 종교를 드러내는 세례명 대신 성(姓)을 사용할 것 등을 권고해 교황청의 거센 반발을 샀다.
논란이 일자 달리 집행위원은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며 가이드라인을 거둬들였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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