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경쟁 일변도의 3주전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것)을 선언하자 중국이 "결연한 반격 조치"를 예고하면서 미중관계에 한파가 예상된다.
지난달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력가능 영역에서는 제한적으로나마 공조하는 식의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던 양국관계가 정상회담 이전의 갈등과 경쟁 일변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이번 결정은 중국의 '통증'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은 중국이 서방과의 갈등에서 양보할 수 없는 분야로 여기는 '인권 문제'를 이유로 보이콧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중국에 또 한번 '낙인'을 찍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정부는 신장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9∼10일(현지시간) 중국은 배제하고 대만을 초청한 가운데 주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번 발표에 내포된 메시지는 명확해 보였다.
즉, 미중정상회담을 했어도 중국을 국제 협력의 '파트너'로 보기보다는 국제 주류 시스템의 '아웃 사이더'이자 '적대적 경쟁자'로 간주하는 미국의 시각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시킨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또 내년 2월 올림픽 직전까지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다 조용히 고관을 파견하지 않는 '로우키'(low key·낮은 톤)식 대응도 옵션이 될 수 있었지만 대회를 2개월 앞둔 시점에 백악관이 공식 발표하는 형식을 택한 것은 테니스 스타 평솨이의 성폭력 피해 폭로로 가뜩이나 노란불이 켜진 올림픽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측면이 있었다.
자유·민주 진영의 리더 격인 미국의 외교 보이콧은 다른 서방 국가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리투아니아와의 외교관계 격하 등에서 보듯 중국과 유럽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으로선 보이콧 도미노를 우려하게 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이 걸린 내년 하반기 제20차 당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공을 들여온 중국 지도부로서는 매우 좋지 않은 타이밍에 미국의 외교 보이콧 발표가 나온 셈이다.
중국 정부는 예상대로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미국 측에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 미국에 엄정한 교섭(항의)을 제기했고, 앞으로 결연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반격'은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에서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 거론되지만 앞으로 7년 가까이 남은 일이라 현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미국이 원하는 각종 국제 현안과 관련한 협력을 중국이 '보이콧'할 가능성이 관심을 모은다.
"양국의 일련의 중요한 분야와 국제·지역 문제에 대한 대화와 협력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자오 대변인의 이날 경고가 '허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직접 제안한 비축유 방출, 이란 핵 문제 등 당면 현안에서 중국이 미국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협력 요구에도 중국이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미 중국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의 핵 추진 잠수함 협력에 반발하면서 북핵 문제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분간 미중관계는 지난달 16일(한국시간) 영상으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첫 정상회담 이전 분위기로 돌아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즉, 협력과 경쟁 사안을 분리해 '투트랙'으로 양국관계를 관리하기로 한 미중 정상의 공감대가 현실로 구현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정상회담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협력에 앞서 미국의 대 중국 적대 기조가 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울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불가피해 보이는 양측 간 갈등 고조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중국도 시 주석이 지난달 11일 '역사결의' 채택으로 독보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 상황에서 3연임(총 재임기간 15년으로 연장)이 결정될 전망인 내년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할 분명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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