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 자료 초당 1.2 기가비트 지상 전송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이 무선 주파수 신호에 의존해 온 우주 통신을 초고속 레이저 광통신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7일 오후 6시 4분(이하 한국시간·현지시간 오전 4시 4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아틀라스 5호 로켓에 실어 발사하는 국방부의 우주시험프로그램 6차 위성(STPSat 6)에 '레이저통신중계시연장치'(LCRD)를 장착해 보낸다.
이 위성은 당초 5일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발사장의 로켓 추진연료 저장고가 새는 것이 발견돼 이를 수리하느라 연기됐다.
LCRD는 STPSat 6가 적도 3만6천㎞ 상공의 정지 궤도에 자리를 잡으면 지상 기지국과 자료를 주고받는 것으로 임무를 시작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광통신 터미널 ILLUMA-T가 설치돼 우주 광통신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지상관제소를 통해 실험용 자료를 무선주파수 신호로 받고 이를 레이저 광신호로 바꿔 지상 기지국으로 송신하는 훈련을 하며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LCRD 지상 기지국은 우주 광통신에 이용되는 근적외선 레이저가 두꺼운 구름이나 난기류에 취약해 구름의 영향을 덜 받고 상대적으로 맑은 날씨가 많은 하와이 할레아칼라와 캘리포니아 테이블 마운틴 등 고지대 두 곳에 마련됐다. 이곳에는 무선 주파수 신호를 잡아내는 대형 접시안테나 대신 구경 1m짜리 광학망원경이 설치됐다.
LCRD는 ISS에 광통신 터미널이 설치되면 초당 1.2 기가비트로 대용량 자료를 받아 지상 기지국으로 중계하는 실험에 나서게 된다.
이는 영화 한 편을 1분 이내에 받을 수 있는 속도로, 지난 2013년 달 궤도를 도는 우주선에서 레이저 광통신을 이용해 지구로 직접 자료를 전송할 때 선보였던 초당 622메가비트의 두 배에 달한다.
당시에는 레이저 통신 실험이 주 임무가 아니어서 단기에 끝났지만 LCRD는 2년에 걸쳐 장기간 레이저 통신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NASA는 레이저 광통신 체제가 무선 주파수를 이용할 때보다 자료 전송 속도가 10∼100배 빨라지고, 우주선과 위성의 통신장비 크기와 무게를 줄여 더 많은 과학 장비를 탑재하거나 동력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NASA는 우주 광통신 도입을 위해 LCRD를 넘어 후속 계획도 추진 중이다.
초당 200 기가비트 속도로 자료를 전송할 수 있는 큐브샛 '티버드'(TeraByte InfraRed Delivery)를 시연하고, 달 복귀 프로그램에 따라 달 궤도 첫 유인 비행에 나설 아르테미스Ⅱ 미션 때 레이저 광통신시스템(O2O)을 이용해 초고화질 영상을 전송하는 실험도 진행한다.
또 2026년에는 지구에서 2억4천만㎞까지 접근하는 철로 된 소행성 '16 프시케'(Psyche)에 접근하는 우주선에 심우주광통신(DSOC) 장비를 싣고 가 심우주에서의 광통신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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