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비판' 카슈끄지 살해 용의자, 프랑스 공항서 체포(종합)

입력 2021-12-08 08:35   수정 2021-12-08 10:42

'사우디 비판' 카슈끄지 살해 용의자, 프랑스 공항서 체포(종합)
"전직 사우디 왕실 경비대원"…사우디 "엉뚱한 사람 체포한 것"


(파리·서울=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이의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하다가 2018년 10월 터키에서 암살당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용의자 중 1명이 프랑스 공항에서 체포됐다고 AFP·로이터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파리 인근 샤를드골공항에서 칼리드 알로타이비(33)를 터키 당국이 발부한 영장을 근거로 붙잡았다.
로이터는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알로타이비는 카슈끄지 암살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직 사우디 왕실 경비대원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공항에서 사우디 리야드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알로타이비는 카슈끄지 살해에 연루돼 미국과 영국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등재된 인물로, 프랑스 수배자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와 있다.
영국 BBC방송은 2019년 카슈끄지 사건을 조사한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그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2017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함께 목격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당국이 알로타이비를 구금해 신원을 확인 중이며, 그를 터키로 송환하는 사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사우디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카슈끄지를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터키 검찰은 카슈끄지 살해 용의자 26명을 기소했으며, 사우디 법원은 지난해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일당 5명에게 징역 7∼20년형을 확정했다.
한편,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신원 확인에 착오가 생긴 것"이라며 카슈끄지 살해범은 현재 사우디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고 주장했다.
주파리 사우디 대사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체포된 용의자가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밝히며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미국으로 망명해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카슈끄지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암살조에 의해 살해됐다.
미국 정보당국은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구금 또는 살해를 승인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으나 사우디는 이를 부인했다.
카슈끄지의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는 "이번에 살인자 중 한 명을 체포해 카슈끄지를 위한 정의를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면서 이번 체포 소식을 반겼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 범죄를 실행한 이들이 빈살만 왕세자 등 카슈끄지에 대한 잔혹한 살해 명령을 내린 상층부를 방어하는 데 이용돼서는 안 된다"면서 "명령을 내린 이들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9년 이미 알로타이비를 프랑스 수사당국에 고발했지만, 그가 프랑스에 있다는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수사가 종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체포를 계기로 해당 고발 절차를 다시 밟을 것이며, 알로타이비에 대한 또 다른 형사 고발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슈끄지 사건을 조사한 아그네스 칼라마드 전 유엔 특별보고관은 트위터에서 "이번 체포가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정의를 좇는 과정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면서도 체포된 용의자의 신원에 대해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용의자가 당시 나의 보고서를 포함해 여러 제재 대상 명단에 등재된 인물과 같은 사람이 맞는다면 그는 당시 사건 현장인 총영사관에 있었던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runran@yna.co.kr, pual0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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