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7일 밤거리 모여 '불운 태워보내기' 풍습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12월이 되면 지구촌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해 불빛을 반짝이며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중남미 과테말라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시작합니다.
매년 12월 7일을 '악마를 불태우는 날'로 기리는 풍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올해도 과테말라 시티, 안티과를 포함한 주요 도시 수십곳에서 마치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종이, 금속 등으로 만든 초대형 악마 조형물이 도로 한복판에 등장하더니 저녁 6시를 기점으로 화형식이 치러진 겁니다.
악마 생김새는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머리에 두 개의 뿔을 단 채 날개를 펄럭이는 형상입니다.
그중에서도 과테말라 시티에 등장한 악마는 높이 5m에 달하는 초대형입니다. 하지만 시뻘건 불길이 순식간에 악마를 집어삼키면서 밤하늘 잿더미로 흩어져버립니다.
이런 풍습의 기원을 두고는 여러 설이 나도는데, 대체로 스페인 식민지 시절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당시 스페인 영향으로 가톨릭이 전파되면서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기념하기 시작했고, 이에 앞서 전날인 7일 저녁 그간 묵혔던 쓰레기를 불태우며 악마를 쫓는 풍습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과테말라 당국이 악마 태우기 풍습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매연이 치솟는다는 환경보호 단체의 비난, 화재 사고 우려 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과테말라 주민들은 올해도 거리로 나와 악마를 불태우며 불운도 함께 떠나가길 기원했습니다.
특히 정부의 허술한 방역 정책을 규탄하며 올겨울로 꼬박 2년째가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작별을 고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고 AP, AFP 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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