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회담·판문점 회동 사진 수록…'결렬' 하노이 회담은 빠져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성과를 담은 사진첩을 내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포함시켰다.
'우리가 함께 한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사진첩은 약 320쪽 분량인데 156쪽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6월 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미는 사진이 들어갔다.
사진 옆에는 "남북한의 경계에서. 나는 김정은을 좋아했다. 아주 터프하고 똑똑하다. 세계는 우리의 관계 때문에 더 안전한 곳이었다. 대선이 조작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쯤 북한과 합의를 이뤘을 것"이라는 메모가 포함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작년 11월 대선이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과의 교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부각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김 위원장을 '아주 터프하고 똑똑하다'고 평가한 점도 눈에 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도 '똑똑한 협상가', '터프가이' 등의 수식어를 동원해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메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필체다. 수록된 사진 전부에 메모를 넣은 것은 아니어서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 일부 장면을 골라 코멘트를 단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회동 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거주지인 마러라고 리조트의 사무실에도 걸려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 사진 앞 장에는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 북측을 바라보는 사진이 들어갔다.
판문점 회동 사진 다음 장에는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하는 사진이 수록됐다.
그 옆에는 '힘을 통해 증진된 평화'라는 제목에 이어 '비핵화와 미국인 포로 석방, 미국인 영웅 유해 귀환을 협상하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을 유지하고 강한 제재를 시행했다'는 내용의 인쇄 문구가 들어갔다.
결렬로 끝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사진은 없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사진도 6장으로 비중 있게 포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관계가 좋았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넣었다.
사진첩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뒤끝'이 곳곳에 묻어났다. 앙숙이었던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찍은 사진을 넣은 뒤 "매케인이 백악관으로 찾아와 아내를 위해 자리를 청했다. 나는 (사진에서) 웃고 있지만 그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다"고 적어뒀다.
재임 중 성과와 무관하게 장녀 이방카 등 가족사진도 다수 들어갔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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