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프로작, 황반변성에 효과"

입력 2021-12-09 09:22  

"항우울제 프로작, 황반변성에 효과"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항우울제 프로작(성분명: 플루옥세틴)이 노인 실명 1위의 안 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AMD: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부에 있는 시신경 조직인 황반에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자라면서 황반이 손상돼 시야의 중심부를 보는 시력인 중심시(central vision)를 잃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완치 방법은 없고 항체 주사 또는 레이저 수술로 진행을 지연시키는 방법이 있을 뿐이며 방치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 의대 안과 전문의 브래들리 젤펜드 박사 연구팀은 건성(dry) 황반변성 치료 후보물질(CY-09)을 발견했으며 이 신물질이 항우울제 프로작과 구조적으로, 기능적으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영국의 일간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CY-09이 NLRP3라는 분자와 결합, 건성 황반변성을 일으키는 염증 과정을 차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황반변성 치료 후보물질을 승인받으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어서 연구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미 승인한 약들 가운데 CY-09과 성분이 비슷한 것이 있는지를 찾아본 끝에 프로작을 발견했다.
프로작의 성분인 플루옥세틴은 시험관 실험에서 CY-09처럼 NLRP3와 결합한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어 건성 황반변성 생쥐 모델의 눈에 플루옥세틴을 주사해 봤다. 그러자 황반의 염증과 그로 인한 변성이 차단되고 생쥐의 황반변성은 진행이 멈췄다.
그러나 다른 8가지 항우울제는 이러한 효과가 없었다.
연구팀은 또 2006~2018년 수집된 1억 명의 의료보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플루옥세틴을 처방받은 사람은 건성 황반변성 발병률이 평균 1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연령, 흡연, 체중,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 황반변성과 관련된 다른 위험요인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는 플루옥세틴을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로 재창출(repurpose) 하는 것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이에 대해 영국 웨일스 주 스완지 소재 싱글턴 병원(Singleton Hospital)의 안과 전문의 귄 윌리엄스 교수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플루옥세틴은 부작용이 있는 만큼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wet) 두 가지 형태가 있으며 건성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습성은 건성보다 진행이 빠르고 황반 밑에 비정상 혈관들이 생성되면서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에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다.
s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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